영원히 도착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다. 지루할 정도로 긴 비행이었지만 낯선 나라의 공항이 점점 가까워오자 기내는 안전하고 너무나 안락하게 느껴졌다. 내리면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나가야 하는 스스로가 너무 낯설었다.
숙소가 있는 산지오바니 역까지는 헤매지 않았지만, 울퉁불퉁한 길바닥은 캐리어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바퀴가 빠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의 길을 경험해야 했다. 급한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고 걸음은 더디기만 했다.
어둡고 조용한 것 같은데 또 밝고 소란스러운 것 같기도 했다. 그곳에 내가 서 있으면서도 아닌 것처럼 정신이 없었다. 모든 감각이 숙소를 찾는 데에만 몰두해 있었지만 정작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 뿐이었다.
숙소에 전화라도 걸어 도움을 청하려고 멈추자 그제야 로마의 밤이 보였다. 도로로 차들이 달리고 있었고 길가에는 가로등이, 술집에는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과 다르지 않았지만 한국이었다면 전화를 했을 때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었겠지.
이탈리아어가 들리는 전화를 끊고 주위를 둘러봤다. 마침 바로 앞으로 골든 레트리버와 산책을 나온 젊은 남녀가 보여 다가갔다. 짧은 영어로 말을 걸며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주자 다행히 어디를 찾는지 단번에 알아봤다. 그들이 가리키는 손짓을 보고 드디어 찾았다,라고 안심했다.
'grazia(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돌아섰는데 두 사람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음이 느껴졌다. 뒤에서 걱정스레 날 지켜보고 있어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걱정처럼 잘못된 길로 향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먼저 다가와 더 자세하게 위치를 가르쳐 주었고, 그런 뒤에야 무사히 숙소 대문 앞에 설 수 있었다.
한 번의 친절로도 두 사람을 오래 기억하고 고마워했을 것이다. 그들과 헤어지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같은 도움을 청했을지 모르지만 숙소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면 몇 번이고 그랬은 거다. 길을 알려주고 나서, 제대로 가고 있나 바라보고 있는 마음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모른다. 정말 행복한 사람만이 그런 마음을 가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