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준비

by 샹송


팔라티노 언덕의 토끼


콜로세움을 방문한 날. 팔라티노 언덕에서 만난 토끼가 정말 반가웠다. 잠에서 깨어나 졸린 눈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걸 보니 귀엽기도 했고. 넓은 유적지와 역사를 앞에 두고 토끼가 유난히 반가웠던 건 공부를 전혀 하고 가지 않아서였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사진만 많이 찍었을 뿐 시간 낭비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행을 오고 싶었던 이유가 뭐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 재미 아니면 과시? 전부를 다 포함한다 해도 부족했다. 나는 자주 일상에서 벗어난 나를 경치 좋은 머나먼 곳에 데려다 놓고는 했다. 조용한 해변에서 책을 읽거나 인적 없는 골목길을 느긋하게 걷고, 아기자기한 꽃화분이 놓인 창가에 앉아 바깥 구경하는 것을 다른 나라에 가서 하고 싶어 했다.


무엇보다도 다른 나라에서 살아 본다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낮에는 편한 차림으로 노천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고 밤이 되면 예쁜 드레스를 입고 시내를 거닐고도 싶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느끼는 여유와 혼자라는 자유는 상상 속에서 너무나 달콤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혼자 여행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낯선 곳에서 누릴 거라 생각했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며칠의 짧은 삶을 위해 캐리어 하나에 작은 집을 채워 떠났다. 그 작은집을 예닐곱은 넘게 확인하며 철저하게 준비를 마쳤지만 정작 내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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