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 실현

by 샹송

창가에 나란히 앉은 소품 고양이들이 쏟아지는 해를 받아 평온해 보였다. 자리에 앉아 살아있는 고양이를 쓰다듬듯이 손을 뻗어 보았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여행자들의 손길도 많이 닿았던 듯 고양이는 손길이 익숙해 보였다.


여태 껏 가져본 적 없는 발코니가 있는 방이었다. 발코니와 방안을 연결해 주는 초록색 덧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그 사이로 바람이 불어왔다. 살랑이는 초대에 문을 열고 나가자 바깥은 물든 듯 초록색 풍경이었다. 나는 언제나 방에서 바깥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가지는 걸 꿈꿔왔다. 덧문을 열고 나가면 작은 꽃밭을 가꿀 수도 있고 햇살과 바람을 바로 만날 수 있는 곳을. 그래서 괜스레 열댓 번은 발코니를 나갔다가 들어왔다 해보기도 하였다.



멋스럽게 때가 탄 탁자 위로 선명한 오렌지빛 조명과 고전적인 소품이 놓여 있었다. 큰 서랍장과 서랍장 넓이만큼의 거울에서도 낡은 흔적이 보였으며, 집주인이 건네준 열쇠마저도 예스러웠다. 열쇠를 이용해 문을 여는 것도 오랜만이었지만 길이가 긴 열쇠는 중세 영화 속에서 봤을 법한 모양이라 신기하기도 했다.


복층 구조인 방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이층에 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에 꿈꿨던 이층이라는 공간에 대한 로망을 늦게서야 실현해 봤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밤에는 뭉게구름이 피어난 듯 푹신한 하얀 이부자리에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달콤한 잠에 쉬이 빠져들 수 있었다.


짧게 머물다 떠날 것이지만 일부러 많은 짐들을 이리저리 늘어놓는 것을 좋아한다. 옷장에는 옷을 걸어 놓고 거울 앞에는 화장품을 꺼내 놓아 오래 머무는 것 같은 기분을 내보기도 한다. 여행을 떠나오고 싶었던 마음처럼 그곳에 살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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