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기차역

여행 중 만난 사람들

by 샹송

그녀는 망설임 없이 다가와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다. 기억에는 아마도 중국인이었던 라우라는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레깅스에 나시를 입고 있었는데, 여유 있는 태도와 영어 실력을 봐서는 여행 고수의 분위기를 풍겼다. 피렌체 기차역을 함께 빠져나온 우리는 연락처를 주고받은 후 각자의 숙소에 들렀다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약속장소는 산타마리아 델피오레 성당이었고 그녀는 나보다 한참을 늦게 나타났다. 사실 그때부터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쾌활하고 쿨해 보였던 그녀의 성격이 사실은 조금 이기적인 거였고, 애초의 동행이 아니라 뜻을 맞추기가 더 어려웠다.


성당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 주고 난 후 늦은 오후즈음 우피치 박물관으로 향했다. 사실 나는 배가 많이 고팠기에 요기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뜻대로 나중에 저녁을 먹기로 했다. 게다가 박물관 폐장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 더 내키지 않았지만 그녀가 너무 가고 싶어 해서,라는 이유로 연인이라도 된 듯 뜻을 맞춰줬다.


그래도 제법 많은 대화를 나누며 도착한 박물관. 이왕 왔으니 찬찬히 둘러보고 싶었는데 그녀는 뭐가 급한지 한참을 앞서서 가버렸다. 내 마음과 같이 거리 역시 점점 벌어져서 결국 혼자 관람을 마치게 되었다. 그 뒤로 연락이 없길래 그녀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하고는 혼자 밥을 먹으러 갔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숙소로 돌아가려는 그때 라우라에게서 야경을 보러 가자는 연락이 왔다. 어쩌면 좋은 여행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과, 끌려만 다닐 거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 고민이 되었다. 결국에는 휴대전화 배터리가 다 닳아서 숙소로 가야 한다는 거짓말을 하고 정말로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날 친퀘테레에 간 날이었다. 친퀘테레의 한 마을에서 날 본 것 같다며 그녀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길래, 즐거운 여행이 되라며 이모티콘으로나마 웃으며 작별인사를 했다. 사실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기에 그나마 제대로 된 인사를 하게 되어 마음이 편했다.


라우라는 어떤 입장이었을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여행친구를 만들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이었는데 거절당한 것 같아 마음이 상했을까? 활달하고 자신감에 차있는 모습에 단번에 그녀에게 호감을 느꼈던 건 사실이었다. 만약 같이 여행을 했다면 계획에서는 벗어났겠지만 즉흥적이고 더 재밌는 여행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약간의 후회가 남긴 했지만 어쨌든 그 당시의 나는 내게 최선을 택했다.





유독 잊히지 않은 것은 그녀가 찍어준 구도가 엉망인 사진 덕분? 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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