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길 잘했다.

by 샹송

이른 아침 일정이 있어 일찍 숙소를 나섰다. 출근하는 이들 사이에서 여행길을 나서는 것은 기분 좋은 비밀을 품고 있는 사람처럼 묘하고도 설레는 일이었다. 낯설고 복잡했던 길인데 두 밤 잤다고 제법 익숙해진 걸 느끼자 슬며시 미소도 지어졌다.


출근을 하는 피렌체 사람들은 겉보기에도 멋이 있어 자주 눈길을 끌었다. 정장차림에 선글라스를 끼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은 화보 촬영을 해도 손색없어 보였다. 명품 브랜드가 많은 이탈리아는 패션을 사랑하는 나라임이 분명하다. 과시나 사치가 아닌 스스로를 표현하고자 하는 아름다움으로 보였다.


목적지를 향해 걷던 중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회전목마를 보게 되었다.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굉장히 고풍스러웠다. 날이 흐리고 바람기가 없이 잠포록한 날이었는데, 회전목마는 그런 풍경의 중심이 되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오렌지빛 조명이 반짝이고 빨간 카펫이 깔린 화려한 무대 위의 주인공들은 모두가 낯꽃을 피우고 있었다. 주변에 둘러 선 관객들은 잠깐 다른 곳에 시선을 두다가 아이가 앞을 지나갈 때를 놓치지 않고 손을 흔들어 준다. 보이지 않을 때까지 웃으며 손을 흔든다. 오로지 서로를 향해서. 회전목마는 짧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게 만들어 의도치 않는 애틋함을 자아냈다.


나도 돌아가는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었지만 아이들만을 위한 무대였다. 탈 수 있다 하여도 웃으며 손을 흔들어줄 사람이 없지 않은가. 회전목마를 탈 때에는 어느 한 곳에 묵묵히 서서 날 기다렸다 손을 흔들어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더 재미가 있고 심심하지 않을 테니까...


혼자 뿐 아니라 여행 자체에 경험이 많은 여행자가 아니어서였을까, 충분히 즐기지 못한 순간은 많았다. 이 주간의 여행이 절반도 채워지지 않았을 때 여행이 빨리 끝나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기까지 했다. 가고 싶어도 못가는 사람도 있다는 친구의 푸념 섞인 말이 떠올라 마음을 다잡았다. 이런저런 후회가 남긴했지만 다음을 계획했다면 내가 과연 다음이라고 떠났을까. 그러니까 그때 떠나보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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