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캐리어를 훔쳐가는 것은 아닐까, 기차가 출발하면서부터 계속 뒤를 돌아봤다. 베네치아로 가는 기차 여행의 시작은 불안함이었다. 자물쇠로 연결을 시켜놨지만 캐리어를 통째로 도난당했다는 글을 읽은 탓에 불안했던 참이었다.
통로 사이를 두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그런 나를 따라서 연신 고개를 돌려댄다. 반복적인 행동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궁금해하면서도 왠지 날 염려하는 듯 보였다. 그들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기가 함께인 단란한 가족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인형 같은 생김새의 아이는 날 향해 방긋 웃는다. 왜 그렇게 불안해하는 거예요? 순진무구한 웃음이 물음처럼 보였다. 화답으로 미소를 지어 보이자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두 배로 미소를 보내왔다. 별일 없을 테니 걱정 말라는 듯, 크고 선한 눈들이 홀로 앉은 나를 안심시켰다. 며칠 혼자서 지내다 보니 낯선 이의 미소 한 번에도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경계심을 풀고 둘러보니 승객 대부분은 나와 같이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에 몸을 실은 여행자들. 실제 그런 일을 경험한 사람들이 있다 해서 아무 사람을 도둑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물론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너무 과했나 싶었다. 그래도 미소 덕분일까, 남은 기차 여행은 캐리어를 돌아보지 않으며 마음 편히 할 수 있었다. 캐리어를 신경 쓰느라 놓친 풍경들은 이미 많았을 테지만.
기차가 산타루치아역으로 들어선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여행자들의 마음을 술렁이게 만든다. 뒤쪽으로 가자 홀로 놓인 캐리어들 옆에 자물쇠 달린 은색 캐리어가 유독 눈에 띈다. 예쁘고 멋진 풍경이 가득한 낭만 도시 베네치아에 나도 캐리어도 무사히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