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같은 베네치아의 골목골목을 헤매다 어렵게 숙소를 찾았다. 구글지도가 없었더라면 몇 번이나 길을 잃고 더 헤맸을 텐데, 다행히 약간의 길치인 내게 구세주가 있었다. 지도를 봐가면서 많은 여행객들 사이를 지나치다 보면 정신이 없다. 게다가 계단으로 된 다리가 많아 캐리어를 들었다 끌었다를 반복을 하느라 이동이 더뎠다. 그래도 도시는 정말 멋있었다. 사실은 그 와중에도 멈춰 서서 사진을 찍느라 시간이 더 지체되기도 했다.
당일 일정은 하나였다. 해가 지기 전에 꼭 리알토 다리에 가서 도시 풍경을 보는 것. 일정상 그때가 아니면 본섬을 여행할 기회가 없었고, 어디를 갈까 찾아보던 와중에 마음에 쏙 든 풍경을 바로 그곳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짐만 내려놓고 후다닥 숙소를 나섰다.
해가 지기 전 도착한 다리 위는 많은 여행자들로 북적였다.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서자 앞으로 낭만적인 풍경이 보였다. 해가 질 무렵이라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어 있었다. 그런 달콤한 분위기에 취한 듯 연인들은 사랑을 속삭이며 입을 맞췄고, 어떤 이들은 느낀 바를 숨기지 않고 감탄사로 표현했다. 나 역시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보고 싶던 풍경을 마음껏 감상했다.
그러다 사진도 몇 장 찍고 잘 나왔나 확인을 해보는데, 굉장히 익숙한 풍경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오기 전에 여행지 사진을 많이 찾아봐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곳은 무엇인가 다르게 느껴졌다. 왜 그런가 싶은 와중에 집에 있던 연습장 하나가 떠올랐다. 언젠가 마음에 들어서 샀던 연습장 표지의 풍경이 바로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바라보는 것과 같았던 것이다.
연습장을 골랐을 때는 그곳이 어느 나라인지 인식하지 않고 샀던 기억이다. 단순히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그렇게 우연히 샀던 풍경 속에 와보게 되었단 사실이 조금은 많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만약 그 연습장을 사놓고는 언젠가 꼭 그곳에 가봐야겠다며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았더라면, 아마도 찾아가는 내내 가슴이 더 설레었으리라. 그 점이 아쉽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