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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샹송 Apr 19. 2024

 알록달록 부라노섬

알록달록 색깔의 집들을 보자 참으로 여러 가지 생각들었다. 그 안에 살고 있을 사람들도, 살림살이를 어떻게 꾸몄을지도 궁금해졌다.


각자가 좋아하는 색깔을 택했을까 아니면 서로 상의 한 끝에 조화롭게 칠을 한 것일까. 나라면 어떤 색깔로 우리 집을 장식했을지, 창가와 대문에 놓을 꽃까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마음은 벌써 갖가지 색을 짜놓은 팔레트로 물들었다. 마치 검정과 회색이 없는 세상 같았다. 아이들이 그런 밝은 세상 안을 뛰어다닌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 고향을 떠나게 된다면 진한 향수병에 걸리고 말겠지. 그래도 어린 시절 가득 채웠던 팔레트에 색깔이 닳았을 때 그것을 다시 채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큰 위안일 것이다.


집 앞 수로에는 배들이 나란히 정박되어 있다. 배 한 척 위로 친구들끼리 모여 앉아 음악을 틀어놓고 카드놀이를 하는, 다소 생경한 모습이 보였다. 저렇게 놀다가 지루해지면 배를 타고 항해를 떠나려나.


바람이 불면 곳곳에서 빨래와 커튼자락이 신나게 휘날린다. 흔하디 흔한 풍경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우연한 계기로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되는 상상에 빠져도 본다. 머릿속에서 절로 상상들이 피어난다.


구석구석 발 닿는 대로 탐닉을 한다. 못 보고 지나치는 곳은 없는지 부지런하게 발을 놀리며 사진도 찰칵찰칵. 그러다가도 눈길을 끄는 풍경 앞에서는 한참을 머무른다. 그렇게 부지런하다가 여유롭다가를 반복하며 여정을 마무리지었다.


이제 섬을 나가기 위해 기나긴 줄에 합류해야 한다. 많은 여행자들이 배에서 내리자 그만큼의 다른 여행자들이 빈 공간을 채웠다. 유명하고 예쁜 관광지라 언제나 이방인들로 가득 차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만약 이곳에 살게 된다면, 여행자일 때만큼 마을의 매력을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어느 여행지나 마찬가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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