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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샹송 Apr 26. 2024

 에게 해 위에서 일곱 시간

항구 도시 피레에프스에서 조르바를 처음 만났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나는 그 피레에프스 항구 근처에서 새벽을 맞이했다. 산토리니섬으로 가기 위해 페리를 타고 에게 해를 일곱 시간이나 만끽할 순간이 온 것이다. 전날 베네치아에서 아테네로 이동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다. 그리해서 아테네는 밤과 새벽에 본 것이 다였다. 후에 이틀 정도 아테네 여행을 할 걸 하고는 진한 후회를 했다.


아테네 날씨는 잠을 못 이룰 정도는 아니었지만 더웠고 무엇보다 바깥의 소음이 끊이지 않밤은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선잠을 자고 새벽에 일어났다. 그래도 여행에 대한 설렘과 가고 싶었던 곳에 간다는 기대감이 있었기에 피곤함을 물리치고 많은 여행자들 사이에 섞여 항구로 갔다. 혹시 멀미를 하지는 않을까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큰 페리 몇 척이 항구에 정박되어 있었다.


은은한 미소를 보이는 선원들의 친절함 속에 페리에 탑승을 해, 입구에서 가까운 선실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시작된 기나 긴 이동시간. 배가 나아가는 길을 따라서 출렁이는 바다를 보는 게 지루하지 않았으니 비행기를 탈걸 그랬나 하는 후회는 들지 않았다.


바다, 가을의 따사로움, 빛에 씻긴 섬, 영원한 나신 그리스 위에 투명한 너울처럼 내리는 상쾌한 비. 나는 생각했다. 죽기 전에 에게 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


니코스 카잔차키스(저자)의 말대로라면 나도 복이 있는 사람 중 하나가 되겠다. 그와 조르바가 살았던 바닷가의 오두막집,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잔잔한 해변, 밤마다 별빛 아래 피웠던 모닥불과 삶에 대한 대화들. 여러 번 그의 책을 읽으면서 줄곧 에게 해에 대한 환상을 품어왔다. 산토리니에 대한 나의 마음은 그 환상의 꼭대기였다. 실은 어릴 적 음료 광고를 보면서 신혼여행지로 점찍어 둔 곳이기도 했다. 이름도 꼭 마음에 들었다. 산토리니라니 너무 귀엽고 산뜻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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