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선캐처

by 샹송

"와, 너무 예쁘다." 여름날 산책길. 어느 골목길 앞 공방을 지나다 투명한 창에 매달린 선캐처(sun catcher)를 보게 되었다. 살까 말까 하는 망설임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선 건 평소의 나답지 않았다.


안 살 거라면 웬만해선 기웃거리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한때 서비스업에 종사했던 내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습관 같은 직업의식 때문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햇살을 받은 선캐처의 그림자가 반짝이며 눈길을 끌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선캐처를 가까이서 본 것이 거의 처음이었다. 언젠가 봤었다면 그것을 잊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영롱하면서도 따스한 빛을 내는 모습은 봄 같기도 하고 여름 같기도 했는데, 확실한 건 가을이나 겨울은 아니라고 느꼈다. 햇살을 그대로 흡수하는 모습이 뜨겁기보다는 따뜻해 보였다.


가지고 싶기보다 그 자체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때의 나는 한 여름에도 온기가 그리울 만큼 기댈 곳 없이 외로웠다.


산책에서 돌아온 오후에는 창문 앞에 선캐처를 걸어놓았다. 늦은 오후에서야 해가 드는 방 안에서 선캐처보다 더 빛나는 것은 단연 그림자였다. 햇살과 선캐처와 그림자. 그것은 완벽한 조화였고 하나의 온기이기도 했다.


비록 해가 지면 어두운 채로 달랑하니 창가에 매달린 꼴이 되어야 했지만 그래도 작은 방 한쪽을 차지하기에 결코 미미한 존재가 아니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도 아직 환했던 여름의 저녁마다 창가에 앉아 선캐처와 나란히 햇살을 쬐곤 했다. 긴장이 풀려 노곤해진 몸을 창가에 앉혀 놓고 하루의 마지막 햇살을 받았던 시간은 기억 속에 하나의 풍경처럼 남아 있다.


그런 시간 동안 줄곧 벽에 비친 나와 선캐처의 그림자를 비교했다. 선캐처는 겉과 속이 같은 색깔로 예쁘게 반짝였지만 나의 그림자와 마음에는 모두 그늘이 져있었다. 온통 회색뿐인 마음에 예쁜 색을 입히고 싶었고, 그래서 처음 본 순간에도 소유보다 자체를 꾼 것 같았다.


선캐처를 가졌고 그것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지만 결코 그렇게는 될 수 없었다. 그해 여름을 보내고 심하게 앓게 된 것은 아마 그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이상하게 들릴 테지만 나는 여전히 선캐처가 되고 싶다. 겉과 속이 밝은 색으로 반짝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네이버 사진, 씬 노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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