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기억

by 샹송

해는 더운데 바람은 시원해서 마치 두 개의 온도가 공존하는 것처럼 날씨 따라 기분도 묘하게 좋은 날이었습니다. 날씨가 많이 덥지 않아 저녁에 하던 운동을 오후에 했는데요. 습한 기운이 없어 그랬는지 그늘 아래가 참 시원했습니다.


청량함을 느끼며 달리고 난 뒤에는 윗몸일으키기를 하려고 누웠는데요. 파란 하늘을 보니 한없이 누워만 있고 싶은 그 게으른 기분이란. 마침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노래도 분위기에 잘 어울려 오랜만에 귀한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초여름 타령을 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감자 삶아 먹고 콩국수 몇 그릇에 새콤달콤 자두를 베어 먹는 동안 칠월의 여름이 왔습니다. 저는 벌써 유월의 여름이 그리워집니다. 고맙게도 아직은 선선하게 불어오던 바람. 클로버와 개망초가 피어있는 들에서 나던 바싹 마른 풀냄새. 연두색 포도알이 그늘진 넝쿨 아래에서 싱그럽게 맺히고 복숭아가 은은한 향을 풍기며 자라나는 날들이었지요.


보내기 아쉽지만 칠월의 색과 향기가 또 다른 오감을 선사하겠죠?

그렇게 기분 좋은 운동을 끝내고 잠깐 벤치에 앉았는 시간. 바람이 또 다른 여름을 불러옵니다. 저는 유독 여름이면 꿈만 많고 걱정은 없던 시절이 기억납니다. 어디론가 나를 데려다 놓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시절. 꿈과 생기로 잔뜩 부푼 학창시절의 저를 떠올려 봅니다. 어떤 꿈과도 어색함이 없던 시절이었지요.


비록 제대로 이뤄진 꿈은 없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래서 저는 지금도 꿈을 가지는 게 두렵지 않습니다. 무심코 아무 날이나 가슴 벅차던 그때의 분위기가 떠오르면 그 아련함에 빠져 보는 것도 일상의 탈출이 될 수 있습니다. 좋았던 것을 회상하는 순간 또한 좋은 추억으로 쌓여가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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