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풍경

초여름

by 샹송

화분 두 개와 돌을 둘러 만든 아담한 꽃밭. 조금 허술하면서도 소박한 공간이 아침에 마당을 나가 가장 먼저 들르는 곳입니다. 큰 화분에 심은 라벤더는 꽃봉오리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작은 화분에 심은 데이지는 아직 새싹입니다. 작은 꽃밭에도 새싹들이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해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흠뻑 물을 주고 주변에 자라난 잡초를 정리하고 일어서면 빨랫줄에 가득 널린 빨래들이 햇살 아래 몸을 내맡기고 있습니다.


여름이 시작되면 마당 빨랫줄이 가장 바빠지는 시기입니다. 색이 바랜 수건, 아빠의 러닝셔츠, 엄마의 꽃무늬 바지, 각양각색의 양말들이 구분 없이 나란히 걸려있습니다. 전날오후에 수돗가에서 빨아 물기 가득했던 운동화는 거의 말라 있습니다.


전세를 낸 듯 마당에는 요한 햇살만이 내리쬐고 있습니다. 간혹 새들의 지저귐 말고는 조용하기만 한 마당도 엄마의 형제들이 오면 유독 떠들썩해집니다.


마당 한쪽에서 펄펄 끊는 솥단지에 국수가락을 넣고 다 익은 면을 건져내 찬물에 헹굽니다. 콩물에 국수를 말아먹고 점심 한 끼를 해결하면 각자 자리를 잡고 누워 낮잠을 잡니다.


홀로 집을 빠져나와 산책을 갔다 오는 동안, 잠에서 깬 큰 이모는 고소한 기름냄새 풍기며 간식으로 부침개를 부치고 있습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유혹을 뿌리치기 힘듭니다. 부침개를 먹고 나면 얼마 안 가 저녁때라며 고기를 굽느라 부모님과 큰 이모, 막내이모내외, 외삼촌까지 둘러앉습니다.


저는 앉아 만히 봅니다. 둘째 외삼촌이 찡그린 모습은 엄마가 인상 쓸 때와 닮았습니다. 엄마가 웃는 것처럼 막내이모가 웃고 큰 이모의 손맛이 엄마랑도 같습니다.


외삼촌과 이모들에게서 엄마를 봅니다. 엄마가 형제들과 같이 있는 모습을 보니 엄마의 어린 시절이 잊고 있던 과거처럼 낯설고도 당연하게 그려집니다.


선풍기가 돌아가도 아직은 초여름 바람이 좋은 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중에 들려오는 은은한 말소리와 웃음소리. 달그락 거리는 그릇 소리와 수돗가 물소리가 처마 끝 풍경처럼 울립니다. 다시 온다 해도 같지 않을 시간들입니다.


그런 하루의 끝에는 해질 무렵 걷은 빨래에 햇살이 스민 것처럼 마당의 풍경들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빨래는 많은 것들을 품고 다시 세 식구의 몸에 입혀질 겁니다. 빨래를 개키는 동안 하늘은 노을빛으로 물들고 지는 해 뒤로 더 짙은 여름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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