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것도 보고

by 샹송

걸어서 운동을 하러 가는 대신, 조금 더 먼 길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벚꽃 나무 아래를 지나가봤습니다. 나무들도 각자 속도가 다르니 꽃을 피운 모습이 제각각입니다. 그래도 꽃은 다 필테고 순서대로 지겠지요.


작년에는 며칠 다른 곳에 갔다 왔더니 벚꽃이 다 져있어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릅니다.


집에서 동네 입구까지의 길은 내리막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면 시원하기도 하고 정말 재밌습니다. 물론 집으로 돌아갈 때는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야 하지만 그래도 내려올 때의 재미가 더 큽니다.


동네 입구에 다다르면 길가에 피자두 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하루새 꽃이 얼마나 활짝 피었던지, 꽃들은 화려한 모습과는 다르게 참 얌전하게도 피어납니다. 그리 수줍어서 폈다가 빨리 지는가 봅니다.


공원에 와서는 자전거를 탄 김에 공터를 몇 바퀴 돌고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해가 떴는데도 구름에 가려져서인지 부는 바람이 유난히 시원했습니다. 그런데도 달리기가 내키지 않아 걷기 운동만 했답니다.


그러면서 꽃들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무 아래에서 부지런히 집 짓는 개미들도 구경을 했습니다. 가끔 운동을 하고 있으면 산에서 내려오는 다람쥐나, 저를 발견하고는 놀라 아직은 휑한 산속을 뛰어들어가는 고라니도 봅니다.



운동을 하고 나 벤치에 앉아 한없이 쉬는 시간을 가집니다. 하루 중 제일 평온한 시간입니다. 제가 늘 앉는 벤치는 햇살은 뒤에서 비추고 바람은 앞으로 불어와 쉬어가기에 알맞은 자리입니다.


그렇게 모자와 겉옷을 벗고 홀가분하게 앉아, 저는 종종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이겼다는 기분을 느낍니다. 싸우지도 않고 진 사람도 없이 그렇다는 생각을 합니다.


햇살 때문인지 아니면 바람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 자리가 좋습니다. 다른 자리에서는 반대로 지는 날이 있거든요. 바람에 날리든 비에 젖든 내가 꽃인 듯 말입니다.


이번 봄에는 꽃이 질때 제가 나무 아래를 지나고 있을 때면 좋겠습니다. 한 번에 내리는 꽃비를 맞으며 지는 것도 제대로 보고 싶어서요.


그러니 비는 그 뒤에나 오길 바라봅니다. 꽃들도 축축한 비에 지는 것보다는 바람에 흩날리는 걸 더 좋아할 겁니다.


작년에 벚꽃이 져있어서 아쉬웠던 건 지는 모습을 못 봐서 그런 거였습니다.





최근 푹 빠진 노래가 있는데요. 노래 가사와 멜로디가 지금의 계절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 해 /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 /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 그날의 바다는 퍽 다정했었지 / 아직도 나의 손에 잡힐 듯 그런 듯 해 / 부서지는 햇살 속에 너와 내가 있어 / 가슴 시리도록 행복한 꿈을 꾸었지 / 그날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오네 / 영원할 줄 알았던 지난날의 너와 나

-스물다섯 스물하나 (김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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