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by 샹송

바람이 불어와 이파리가 팔랑거려도 꽃봉오리는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초록색 이파리로는 마음을 분홍색 꽃봉오리로는 입술을 물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슨 꽃일까 했는데 향기를 맡아보니 모과향이 나네요. 향기로 꽃이름을 알아내는 것은 재밌습니다. 햇살이 비쳐 이파리 위로 그늘이 생기는 건 싱그러워 좋습니다. 왜 많고 많은 것들 중에서 이런 시시한 게 좋고 재밌는지, 남의 모과나무를 주인보다도 더 많이 보러 가서는 꽃이 피었나 지었나 아직도 향기가 나나 알뜰하게 살핍니다.


사실은 제게도 나무 한 그루가 있었으면 합니다. 파란 하늘아래 햇살이 가득 내리쬐고 벌들도 쉬이 왔다 갔다 거리는 곳에요. 바람이 불어오면 은은하게 향기도 풍겼으면 하고 주변으로 키 작은 들꽃이 자라나서 나비가 찾아왔으면 합니다. 그럼 아무 때고 찾아가 쉴 수 있겠죠. 마음으로 찾아갈 곳이 생긴다면 그곳에선 혼자면 좋겠습니다. 기다리고 있는 건 나무와 꽃으로 충분합니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다가도 곧잘 실망을 해버릴 때가 있잖아요. 그런 때 햇살 아래 묵묵히 선 내나무를 생각하면 좋을 거예요.






싱그러움을 담고 싶었는데 제대로 전달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제 사람보다 자연에게서 받는 위로에 익숙합니다.

솔직하게 말할게요. 사람이 사람을 아무리 사랑해도, 때로는 그 사람을 위해 죽을 수도 있어도... 그래도 어느 순간은 내리는 눈이나 바람이나, 담밑에 피는 꽃이나... 그런 게 더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거. 그게 사랑보다 더 천국처럼 보일 때가 있다는 거. 나, 그거 느끼거든요?

-사서함 110호의 우편함(이도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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