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낭만

by 샹송

옥상에 앉아 바람을 쐬고 있으면 모든 것들에게서 멀어진 기분이 들었다. 다리를 허공에 내놓고 달랑거리며 앉아 혹은 말을 타듯 옆으로 앉아 그저 하염없이 내려다보거나 올려다보기를 좋아했다. 가끔은 겁도 없이 일어서 아슬아슬 난간 위를 걸어보기도 했다.


계단을 오를수록 땅에서 멀어지고 하늘에 가까워지는 다른 세상 같았다. 그래봐야 하늘에는 닿기 어렵지만 내리쬐는 햇살은 닿을 수가 있었다.


그런 햇살 아래에 빨래도 널어놓고 고추며 고사리도 말렸다. 날씨가 변덕을 부려 갑자기 비가 떨어지면 뒷문을 열고 후다닥 옥상으로 올라 널어놓은 것들을 정리하는 일은 한바탕 소동 같아 치르고 나면 웃음이 났다.


그뿐 아니라 강아지와 나도 몸을 말리려고 햇살을 쬐기도 했다. 강아지는 목욕 후에 털이 잘 마르라고 풀어놓았고, 나도 일요일에는 오후쯤에 목욕을 하고 올라가 머리를 말리려고 앉아 있었다.


상쾌한 기분으로 바람과 햇살 안에 있으면 월요일에 대한 위로가 되었다.


유일하게 그늘이 진 곳은 키가 큰 감나무가 옥상까지 가지를 뻗어 자라 있는 곳이었다. 여름 한낮에는 그늘 곁에서만 머물더라도 오래 있기에는 여간 더운 게 아니라 주로 저녁에 옥상을 올랐다.


편한데 자리를 잡고 앉아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리기도 했고 돗자리를 펴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노을이 지는 하늘을 보며 그만큼이나 눈부신 미래를 꿈꾸기도 했기에 사춘기 시절 그 공간에서 느꼈던 분위기는 낭만 그 자체였다.


다른 가족들은 옥상에서의 시간을 즐기지 않았기에 다행히 원할 때마다 옥상을 독차지할 수가 있었다. 나는 줄곧 그들에게 내가 이방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내게 낭만적인 것들이 심어진 게 엄마나 아빠 둘 중 한 사람에게서는 왔을 텐데 곁에서 보고 있자면 머리만 갸우뚱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해받지 못하는 시간들에 방해가 될까 감춰놓고 안 보이는 곳에서만 내 낭만을 즐기게 되었다.


막힌 곳 없이 탁 트였어도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웠으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은 공간이었다. 그런 공간을 활용해 분위기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면 좋았겠는데, 그때에는 책 읽기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캠핑을 즐겨하던 시대도 아니라 지금 돌아보기에는 아쉬운 부분도 많이 있다.


바로 위에 두고도 머물 수 없는 곳이 되어 아쉬운 부분을 지금에도 풀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올랐을 적에 그때가 마지막이 될 줄도 몰랐고 옥상이 달라질 거라는 건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집을 떠난 사이 옥상에 지붕이 생겼고 또 한참 뒤에는 태양열이 올라갔고 그래서 나는 올라가지를 못하게 되었다.


몇 걸음 걸어 계단에나마 올라 요즘 같은 날엔 옥상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안주삼아 술 한잔 했으면, 그늘 아래 돗자리 펴놓고 소풍 온 듯 즐겼으면, 하고 생각을 해본다. 아직 선선한 바람이 불 때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면 좋을텐데.


상상에만 그쳐버리니 옥상이라는 공간이 많이 아쉽고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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