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아침 강은 유독 수면이 반짝여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을 그냥 지나쳐야 할 때면 아쉬운 마음에 어린 시절을 강물 위로 띄어놓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면 귓가에 익숙한 동요 하나가 맴돕니다.
돌다리 아래를 흐르는 강물과 크고 작은 돌로 뒤덮인 강변은 사계절 내 아이들의 부지런함에 몸살을 앓을 정도입니다. 여름 수영과 겨울 썰매, 봄가을의 소꿉놀이까지. 너른 강변에 돌로 낮게 벽을 쌓아 집을 만들면 소꿉놀이를 하기에 안성맞춤이거든요.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가을날. 나름 살뜰한 살림살이를 차린 아이들 곁으로 한 여행자가 걸어갑니다. 수더분한 모습 때문인지 목에 카메라를 걸고 있어서인지 낯설기보다는 호기심을 더 일으켰습니다. 낯설지 않았던 건 여행자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걷다가 멈춰 서서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으며 밝은 미소를 보입니다. 어찌나 환하게 웃던지요.
어릴 때는 몰랐지만 이제 그 미소에 내비쳤던 다정한 언어가 저절로 그려집니다. 낮은 돌담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과 풀꽃으로 반찬을 만들고 모레와 흙으로 밥을 지으며 노는 모습이 얼마나 순수하고 예쁘게 보였을까요. 저도 이제 조금은 그런 눈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자신의 등보다도 큰 책가방을 멘 아이들이 웃고 재잘거리는 모습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쨍쨍한 햇살 아래 반짝하고 빛나는 건 아이들의 얼굴입니다. 시끌벅적한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가까우면서도 멀리서 들려오는 건 아마 저의 어린 시절이 겹쳐져서 그랬겠지요. 이를 다 드러내놓고 해사하게 웃는 모습이 싱그럽습니다. 서너 살짜리 아이들에게서 귀여움을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예쁨이지요.
아이들에게서 풍기는 생기와 꾸며낼 수 없는 풋풋함의 향기는 한편으로 부럽기도 해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어릴 적 나도 어른들의 눈에는 마냥 예쁘게 보였겠구나, 그저 인사치레가 아니라 진심이었던 겁니다. 왜인지 저는 예쁘고 귀엽다고 해주던 말들을 다 믿지 않았거든요.
이렇게 잠깐이나마 어린이였던 저를 떠올리다 보면 왠지 스스로를 더 아껴주고 싶습니다. 그 시절을 지나온 것이지 그냥 지나친 것이 아니라는 것도 마음에 새겨봅니다.
뒷산 자귀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활짝 핀 모습을 기대했는데, 일찍 핀 꽃들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이미 시들어버렸습니다.
새끼 제비들은 벌써 다 커서 엄마아빠 제비와 아침 일찍 둥지를 나갔다가 해가 지면 돌아옵니다. 텅 빈 둥지를 볼 때마다 이상스레 마음이 허전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