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만남

by 샹송

오늘은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어린 시절 친구들과 선생님들 얼굴이 떠올라 괜스레 마음이 아련해졌습니다. 아마 어제 식당에서 우연히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을 뵈어 그 것 같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어깨까지 들썩이며 선생님께서 절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들지도 않았습니다. 이십 년이 지난 세월에도 여전히 그대 로이신 모습을 뵙자, 왠지 선생님의 눈에 저도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했습니다.


잠깐 기억을 더듬으시는 듯하더니 이내 저를 떠올리시며 동네 친구들 근황까지 꼼꼼하게 물으십니다. 그리고는 군내 초등학교를 마지막으로 이미 칠 년 전에 퇴직을 하셨다고 말씀을 해주시네요.


선생님께서는 이학년 이 학기 때부터 오 학년 때까지 저와 친구들을 맡으셨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제자와 스승으로 마주 하고 있던 선생님과, 옆 테이블이지만 나란히 앉아 밥을 먹었습니다. 언제나 교단에 우뚝 서 있던 선생님께서 옆에 앉아 계시니 조금 새로웠습니다.


어린 눈으로 봐도 유독 빛이 나셨던 피부는 연세에 비해 여전히 좋으셨습니다. 늘 반듯반듯하게 쓰셨던 선생님의 글씨체가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글씨만큼 반듯하고 점잖으신 모습 역시 그대로이십니다.


선생님의 기억 속에 저는 어떻게 남아 있을지 궁금했는데, 사소한 것을 기억해 내시며 어린 시절처럼 이런저런 칭찬을 주시네요. 받은 칭찬만큼 잘 자라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먼저 밥을 먹고 나가면서 몰래 밥값을 계산하려는 제 마음을 읽으셨는지, 한 발 앞서 밥값을 내는 것을 발견하고 아차싶었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그때 사달라고 하셨지만 언제 또 뵐 수 있을까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먼저 식당을 나서 근처 베이커리로 간 저는 새하얀 박스에 예쁘게 담긴 전병선물세트를 사들고 다시 식당으로 갔습니다. 혹시 가신 건 아닐까 식당 문으로 빼꼼 확인을 하다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놀란 표정을 하신 선생님께 다가가 별것 아니라며 종이가방을 건네주고 다시 나왔습니다.


비디오테이프처럼 자꾸 선생님과의 만남을 되돌려봅니다. 왠지 선생님께서 환하게 웃지 않으셨던 것 같아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 마음에 걸리네요. 제 기억 속에서는 웃고 계신 모습이 많은데 말입니다. 아니면 그냥 제 착각일 수도 있겠지요.


또 하나 마음이 쓰였던 건 저의 모교가 내년이면 폐교가 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내년이면 학생이 한 명만 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선생님은 저보다도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이셨습니다.


가장 오래된 기억 속에서 가장 잊지 못하는 시절. 초등학교를 떠올리면 늘 따스한 봄날 같습니다.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회색 기둥의 플라타너스 나무와 그 앞에 세워진 알록달록한 놀이기구들. 점심때면 급식실에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까지. 정겨운 교정이 아이들 없이 얼마나 쓸쓸해질까요.





선생님께서 겨울 방학 때 제가 보낸 편지에 답장으로 보내주신 엽서입니다.


삼 학년 때의 통지표. 부족한 점보다는 잘하는 것을 하나라도 더 칭찬해 주셨던 덕에 주눅 들지 않고 알록달록한 꿈을 가질 수 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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