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by 샹송

수확의 계절이 되면 동네 길 위에선 아침 일찍부터 경운기 소리가 들려옵니다. 탈탈거리며 재촉하는 듯한 소리에 아침이 더 부산스러워집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가 아직은 어색하지만, 더위 속에서 느긋하고 나른하기만 했던 계절의 움직임은 시원한 바람과 함께 금세 리듬을 타고 익숙해집니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 아래 흐르는 강물을 보면 여전히 물놀이가 그립고 방학 내 늦잠을 자며 게으름을 피우던 날들은 꿈처럼 남아 아련하기만 합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시작되는 이학기는 새 학년이 시작되는 듯 약간은 낯설면서도 새로운 마음입니다.


아침에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보면 어느새 코스모스가 피어있습니다. 연약한 연두색 줄기 끝에 핀 꽃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색을 뽐내고 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줄기가 먼저 흔들리자 꽃잎도 뒤쫓아가기 바쁩니다.


파랗고 맑은 하늘 아래에는 벼가 익어가고 그 위로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닙니다. 빨간 몸뚱이를 하고 떼로 몰려다니며, 잠깐 내려앉았길래 다가서면 기다렸다는 듯 날아올라 약을 올립니다.


노랗고 앙증맞은 산국이 피어나면 길가에서 정겨운 향기가 납니다. 어릴 적에도 더 어릴 적에 맡았던 향을 맡으며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하는 법을 배웁니다.


밤과 도토리 나무가 열매를 맺으면 울긋불긋한 산속을 헤집고 다니고 옷에 잔디를 잔뜩 묻혀가며 잔디밭 위를 구르며 놉니다. 뛰어놀기에는 더없이 좋은 계절이고, 소풍과 운동회가 있으니 여름을 잊는 건 금방입니다.


녹음이 가신 마음에 온통 알록달록한 색깔이 뒤덮이네요.


소풍날과 운동회 날이 다가오면 비가 오지는 않을까, 마음이 어린아이 다운 걱정으로 가득찹니다. 엄마가 새벽에 김밥을 싸면 참기름 냄새에 또 설렘 가득한 마음에 일찍 눈을 뜹니다. 새 옷을 입고 과자와 도시락이 든 가방을 멘 아이들은 운동장에 모여 웃음꽃을 피웁니다.


나무 아래에서 친구들이 모두 등교하길 기다리며 소풍에 대한 기대로 마음은 잔뜩 부풀어 있습니다. 얼마나 설렘이 가득한지 그런 설렘을 다시 느껴보지 못할 정도입니다.


운동회날은 아침부터 유독 활기찹니다. 하늘에는 만국기가 휘날리고 운동장위로는 트랙을 따라 하얀색 선들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습니다. 이마에 청색이나 백색 머리띠를 하고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찾아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바쁩니다.


어른들도 재밌었을 겁니다. 바쁜 시기에도 하루 동안 일은 제쳐두고 학교에 나와 친목을 다지기도 하고 아이들 손을 붙잡고 뛰며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갔을 테니까요.


떠들썩한 계절동안 신선한 바람과 싱그러운 햇살에 양볼은 생기가 가득해지고 가을의 풍요에 살이 포동포동 오릅니다. 해가 짧아지는 줄도 모르고 바깥에서의 시간은 즐겁기만 합니다.


텅 빈 길 위로 황금빛 노을이 질 때마다 꽃들 역시 매일 지고 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합니다. 웃음소리 가득했던 길 위로 찬 바람 소리가 들려오면 겨울이 찾아오고, 새하얀 눈이 내리면 아이들의 마음은 새로운 색깔로 활기가 돋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계절 안에서 쑥쑥 자라납니다.





좋기만 했던 소풍과 운동회 때의 설렘이 학년을 올라 갈수록 얕아지는 것 같지 않으셨나요.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기다림도 전과 같지 않았습니다. 그런 감정이 당연하게 여겨지도록 점점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같았습니다. 어린 마음에서 벗어나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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