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꽂이

by 샹송


찔레꽃

찔레꽃은 초록 면사포 위로 수가 놓인 듯 피었다. 산에 들에 개울 근처에도 작은 대로 큰 대로 피었다. 멀리서 보면 꼭 초록마을에 눈송이가 내려앉은 듯하다. 향이 진하게 불어오니 꼭 취할 것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


작약

눈길을 붙잡는 화려함과 다르게 조용한 길가에도 푸근한 돌담 위로도 피어났다. 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남의 집 뒷마당에 들어가 이름을 알아냈다. 작약이구나. 어떻게 그리 선명한 색을 가졌는지 참으로 부러웠다. 내가 그만큼이나 또렷하고 예쁜 색을 가졌더라면 진작에 꽃이 되었을 텐데. 화사한 자태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호사스럽다.


꽃마리

앙증맞게 피어나서 작은 몸으로 넓게도 자리 잡았다. 스치듯 보면 풀 같은데 가까이 들여다보니, 하늘을 닮은 잎 다섯 개가 영락없이 꽃이다. 그리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 이목구비를 다 갖춰놓은 것이 신기하다. 세상에 모르고 지나치는 예쁨은 얼마나 많을까.


지칭개

잎사귀 보호 아래 감춰놓았던 꽃망울이 드러나고 연보라색 꽃이 활짝었는데, 꽃잎은 없고 웬 실타래가 피었다. 솔직히 다른 꽃만큼 예쁘지는 않다. 그래도 어쩌면 키가 그리 잘 자라는지 지나가는 길에 멈춰 키재기를 해본다. 어제는 가슴까지 닿더니 하룻밤 사이에 목까지 자. 내내 엉겅퀴라고 알고 있었는데 른 이름이었구나.


아카시아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꽃잎은 꼭 팝콘 같다. 작은 방울들이 모여 꽃송이 된 것이 포도를 닮은 것도, 새하얀 게 흰나비를 닮은 것도 같다. 작년에는 바람에 향기를 내어주더니 이번에는 어째서 감추는지 바람결에 향 한 번을 못 맡는다. 혹시 몰라 코를 갖다 대니 여전히 향긋하다. 내가 알아채지 못하고 있던 모양이다.





동네에 핀 꽃들을 예쁘게 다듬어서 마음에 꽃꽂이를 해봤습니다. 완벽한 봄날만을 기다리다 차마 피지 못한 꽃이 없기를 바라면서. 이제 저희 동네는 한창 큰금계국이 피고 있고 며칠 전부터는 개망초가 피기 시작합니다.


큰금계국
개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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