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 오는 날

by 샹송

엄마는 일을 하러 갔는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아빠가 우산이라도 가져다줘라 그러는데

심부름이야 할 수 있다만 일하는데 가져가봐야 쓸모가 있을까 싶어 머리를 긁적였다

게다가,

사람이 여럿인데 엄마만 가져다줘?

그럼 엄마만 가져다주면 되지

단호하다

그럼 아빠가 직접 좀 가지, 아휴

굳이 안 가져다줘도 될 것 같은데도 어쩔 수 없이 장화를 꺼내 신었다

우산 하나를 챙겨 길을 나서기 전,

혹시 걸어봤더니 엄마는 전화 안 받고 천상 가야 하나 싶어 이장 아저씨네 사과밭으로 향했다

밭에선 이장아저씨와 아주머니 여럿이 사과를 솎아내고 있다

일 끝나면 아저씨가 차로 태워다 줄텐데, 아빠도 참

엄마가 안 와서 찾아왔냐?

아주머니 한 분이 그러길래

아니, 아빠가 자꾸 우산을 가져다주라고 해서요

슬쩍 아빠 마음을 흘려본다

우산 가지고 왔는데 저기 놓고 갈까?

묻는데 엄마는 필요 없단다

도로 가져가냐니까 그냥 가져가라며 퇴짜를 놓는다

이왕 가지고 왔는데 놓고 가라 하면 덧나나, 하는 수 없어 발길을 돌렸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데 찔레꽃송이가 몇 개 더 핀 것을 보고 헛걸음은 아니고 위안을 삼았다

아빠한테는 필요 없다 해서 도로 가져왔다고 하면 되겠지

올 때보다도 느긋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우산은 마당에 놓고 집안으로 들어가선 막상 아무 말도 안 했다

아빠도 궁금하지 않은지 아무 말 없길래

우산이 아니라 그냥 마음만 전하고 싶었던 건가

뒤늦게야 그런 생각이 든다

오랜 세월을 무뚝뚝하게 지내왔으니 이제와 표현이 제대로 될 리가 없지

그러게 조금 다정한 사람이면 서로가 좋았을 거 아닌가

그래도 엄마는 찰떡같이 그 맘을 알아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나는 모르게 뭔가 왔다 갔다 한 건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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