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산책

by 샹송

오후 두 시와 세시 사이, 가장 덥고 조용한 시간에 현관문을 열고 나서면 그 밖에 진짜 여름이 있다. 닫힌 문을 뒤로하고 여름의 문을 열어 쨍쨍한 햇빛 아래를 걷는다.


더위는 강하다. 소리 없이 강하고 그 생각 외에는 들지 않게 만는 집요함이 있다. 그런 더위의 분위기는 때때로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얕은 물줄기 위로 반짝이는 윤슬, 담벼락 그림자, 크고 작은 돌들이 고요한 시골길을 메우고 있다.


그 고요한 풍경 속에서도 잠자리와 나비의 날갯짓만이 활발하다. 그들은 자주 쉴 뿐 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나비가 커다란 날개를 이고 연약한 다리로 걷는 것을 본다. 때로는 날개를 접고 앉아 걷는 법을 알고 있었다.


길가 풀 속에서 작은 곤충들이 톡톡 튀어 오르고 길 위로 환삼덩굴이 뻗어 나와 안 그래도 더딘 발길을 더 느리게 붙잡는다.


햇살 아래를 지날 때도 그늘 아래를 지날 때도 있다. 나무 아래는 언제나 그늘이 명료하게 자리 잡고 있고 그런 그늘 사이사이 빈자리는 햇살의 자리이다. 그늘과 햇살의 자리를 빌려 앉아 보면 주변은 온통 초록색인 것만 같다. 가까이 가봐야 또 다른 색이 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름의 변화를 느끼는 것은 다른 계절에 비해 반박자가 느리다. 덩굴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나팔꽃, 한 여름에 털옷을 입은 것 같은 박주가리, 샛노란 여우팥, 앙증맞은 쥐꼬리망초 같은 여름 꽃들이 피어난 것을 느릿하게 알아챈다. 내가 게을러진 탓이다. 더위 속에서도 꽃과 나비와 잠자리는 여름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높은 곳에 올라서 보면 하늘은 더위가 뿌옇게 뒤덮인 듯 열기로 가득하고 아지랑이 같은 시야가 아른거린다.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이 통째로 이동을 하는 것 같다.


그래, 여름이 덥나 내가 덥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온몸 구석구석 여름을 닿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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