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만 있고 사랑은 없던 계절이 몇 차례나 지나가버렸다. 봄만 되면 살랑거리는 마음이 사랑으로 다가서다가도 차츰 더워지기 시작하면 한 번에 멀어지고는 했다. 강한 태양 아래에선 그 어떤 애정도 다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녹아 버린 것들은 오래도록 끈적이며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도 같았다. 더운 낮이면 줄곧 단잠에 빠져있던 시간이 지나자 게으름을 말하며 가을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찐득하게 더운 날이 가고 찾아온 선선함과 그 뒤로 찾아오는 시린 계절에 나는 게으름의 대가를 치른다. 부지런했다고 우겨보지만 여름의 사랑은 게을렀다. 내게는 모든 계절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