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기억이라고 부를만한 장면도 학년이 오르면서 남은 추억들에도, 새로 시작을 하거나 마무리 짓는 사이사이마다 여름이 있습니다. 그런 여름이 태어난 해에도 분명 온 세상이 초록색으로 물들고 파란 하늘만이 뭉게구름으로 하얬겠지요. 더 예쁜 색을 원했을지도 모르지만 여름의 색은 초록입니다. 과연 그 어떠한 다른 색이 여름이 될 수 있을까요.
어느 여름날에는 냇가에서 빨래를 하는 여인들과 시원한 계곡물에 탁족을 하는 양반들이 있었을 테고요. 또 다른 여름날에는 밭 한가운데 원두막에서 수박을 쪼개어 먹고 강에서는 물고기를 잡는 아이들이 있었을 테지요. 어느 여름이든 녹음이 짙은 풍경과 매미 울음소리, 쨍쨍한 햇빛만은 그대로입니다.
지금의 여름은 바깥보다는 안으로 모여듭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에 앉아 여름이 아예 오지 않았으면 하거나 빨리 지나가버리기를 바라며, 일 년 중 가장 푸르른 풍경을 외면합니다. 하긴, 아무리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날씨에는 그 마음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게 여름의 탓은 아닐겁니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매번 가장 덥다는 이 여름도 순간순간 좋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늘 아래서 맞는 시원한 바람과 눈부시게 피어난 구름들, 아침 햇살의 윤슬. 그 모든 것들을 남겨둔 채 여름만 갔습니다. 이번 해도 무사히 보냈으니 다음에도 또 오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그렇게 수많은 여름을 뚫고 나와 언젠가는 여름에게 멋진 글 한편 지어줄 수 있겠지요. 아주 여름답고 또 여름 그 자체인 것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