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능숙하지 못해서 걷는 것을 좋아해서 다행인 날이 있었다. 두 번째 숙소로 이동을 한 날. 영어로 늘어놓는 구구절절 긴 설명을 단번에 이해 못 했기에 여직원은 내게 같은 설명을 서, 너번 반복해야 했다. 분명 예약한 숙소 주소로 왔는데 내가 묵을 곳은 다른 곳이라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이아마을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정해진 시간 안에 갔다 와야 한다는 것이 가장 난감했다. 묵게 될 숙소에서는 거리가 상당히 멀고, 직원이 차로 데려다주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했다.
걸어서는 20분, 버스를 타면 한 정거장인데 걸었다. 혹시 버스를 잘 못 타는 것은 아닐지, 내릴 곳을 놓치는 건 아닐지, 더웠지만 어린애 마냥 버스를 타는 게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걷는 걸 좋아하니까 괜찮았다. 평생을 길치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꽤 길을 잘 찾았고 잃는 법도 거의 없었다.
한국이었다면 쉽사리 화를 가라앉히지 못해 내내 씩씩거리고 있었을 텐데. 잘잘못을 따지려다가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기분도 상당히 망쳤을 것이다. 외국이니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고 딱히 뾰족한 방법도 싸워서 이겨야겠다는 마음도 솔직히 없었다. 약간의 무기력한 마음은 모든 화를 내려놓게 했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길을 찾아가는 것에만 집중해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다행하게도 좋은 마음만 안고 파랗고 하얀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