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을 열면 잠깐 찬 공기가 느껴지다 금세포근한 공기가 와닿는다.뒷마당 키 작은대나무에는 동글동글 이슬이 맺혀있다. 내가 일어나기 전부터 은빛으로반짝였을 것을 생각하면 괜스레 기분이 좋다.좋은 날들이다.
봄과 여름 사이가 가까워지고 있어 햇살은 무겁지만바람이 여전히 가볍다. 다행히 해와 바람이 따로 느껴진다. 습한 기운이 없으면그늘 아래는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정말 상쾌하다. 아직 봄이라서.
작은 숲의 새들이 노래하듯 대화하듯 지저귀는 것도 봄이기에 그럴 것이다. 나는 즐겁게 지저귀는 새들의 기분을 알 것같다. 먼 데서 혼자 우는 뻐꾸기의 마음도 알 것같고. 좋은 날이라서 느껴지는 쓸쓸함도 있는 법이다.
숲에 볕이 들면 나무 사이 곳곳에동그랗고 환한 공간이 생겨나는데,거길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에도 꼭 같은 공간이 생겨나 밝아진다.가까이 가보면 날벌레가 날아다니고 보이지 않는 곳에 뱀도 있겠지만,내가 좋아하는 곳을벌레나 동물들도 좋아한다.길을 걷다 뱀을 만나면 매번 놀라지만 그 길을 안 가볼 수없다.
오월 내아카시아와 찔레꽃이달큰한 향기를 풍겼다.높게 핀 아카시아는 잠깐이고 낮게 핀 찔레꽃이 오래이다. 꽃향기가 옅어질 때쯤은싱그러운 풀냄새가 바람결에 실려 오는데 거기에는 여름의 냄새가 섞여 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며 존재를 알리듯이.
이제 해가 져도 쌀쌀함이 없어 좋은 때라 줄곧 산책으로하루를 마무리 한다.어느 한 계절에 머물 수 있다면 나는 오월에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