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샹송 May 26. 2024

 보고 싶은 사람

가끔오래전에 알던 사람을 무작정 찾아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주 먼 곳에서 살아가고 있고, 못 본 지 십 년은 넘었고, 게다가 친했던 친구 사이도 아니지만 보고 싶어요. 짧은 시간 알았던 사람인데, 살다 보니 알겠어요. 모든 사람이 그런 식으로 마음에 남는  아니라는 것.


어느 해 크리스마스에 용돈을 받았어요. 생일 때도 명절 때도. 아, 살면서 처음으로 책 선물받았요. 표지를 넘기면 쓰여있는 짧은 편지에는 책이나 드라마에 흔하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이 쓰여있었습니다.


점심을 사 먹는 대신 먹으라며 맛있는 고기반찬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주셨는데. 그때 어린 나이라 그랬는지 쑥스러워 그랬는지 제대로 감사표현을 하지 못했어요. 정말 맛있었는데, 도시락통을 싹싹 다 비웠다면 좋았을걸. 글쎄 살을 뺀다고,,, 남긴 밥을 보고 맛이 없었나? 하고 고민을 하셨을까요. 저라면 약간은 많이 신경이 쓰였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그분은 저와 다른 성격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거예요. 자신 있고 밝고 똑 부러지는 모습. 고 싶은 것 하면서 그에 책임지고  멋지게 사는 것 같았어요. 닮고 싶었지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결국 닮을 수 없다는 것도 실은 알고 있었답니다.


회식을 할 때 패밀리 레스토랑을 데리고 가서 맛있는 걸 잔뜩 시켜주신 기억이 나요. 아직 그런 곳이 어색한 조카나 아는 동생에게 마치 좋은 것들을 경험시켜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다 보여서 먹는 내내 너무 맛있고 좋았답니다. 밝고 따듯한 조명아래에서 투명하고 반짝이는 잔에 와인을 먹던 그분의 모습도 기억나요.


일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친해졌다가 소원해졌다가 결국에는 잊잖아요. 그런데 정말 잊히지 않는 사람 있네요. 진심으로 절 대해줬다는 것과 그 애정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 나이가 먹을수록 되려 또렷하게 느낍니다. 제게 그런 사람 있었다는 게 좋습니다.


어쩌면 그때 그분에게 받았던 그 마음을 야금야금 나눠서 다른 동료들에게 친절을 베풀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진짜 내 마음이 아니었던 거죠. 지금은 그런 친절함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면.


언젠가 그분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싶어요. 비행기를 타고 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멋있어요. 해외에서 살겠다며 홀연히 떠나 그곳에서 정착해 살아가는 그분이 더 멋있지만요.


저도 한 곳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는데. 그러면 심어질 것 같잖아요. 계속 같은 자리에서만 돋아나고 피고 져버리면 어떻게 해요. 아프면 더 아무 데도 못 갈 것 같은데,,, 지금은 머물러 있 편하고 좋돌고 싶어. 언젠가는 떠날 테고 그럼 잃는 것이 생기겠지만 괜찮아요. 익숙해지면 그만이니까. 익숙해진다는 건 무엇인가 하나쯤, 아니 두세 개쯤은 빠트린 기분니다.


연락이 닿아서, 꼭 만나러 오라고 두 팔 벌려 환영해 준다면 웃음보다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정말 보고 싶으니까 눈물이 먼저인 게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작가의 이전글 오월의 날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