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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샹송 Jul 21. 2024

한 박자 쉬고, 여름

장마 사이사이 해가 뜨면 다시 봄이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밤새 요란한 비가 내린 아침, 새하얀 볕이 이불 위로 스면 새봄인 듯 뽀송뽀송 따스다. 유독 선선한 아침이라 창문을 열면 바람 상쾌함을 느낄 수도 있었다. 여름의 존재하에 가질 수 있는 순간들이다. 짧게 지나가버리는 이 순간들은 힘을 잔뜩 모았다가 써버리는 햇살에 의해 완전히 장악될 것이다.

덥고 자주 기분이 처지기도 하지만 조금은 뒤에 항상 좋음이 있다. 목마름 뒤의 시원한 물 한잔, 땀 흘린 뒤 쐬는 바람, 뜨거운 태양을 덮는 세찬 소나기, 기다리고 기다리던 휴가, 여름 다음에 오는 가을. 그런 좋음이 있어 또 기다리게 되고 기억 곳곳마다 진한 여름이 물든다. 물들지 않고 배기지 못하는 계절에 우리도 모르게 풍덩 빠져서, 허우적거리다 정신없이 보내는 것을 알까. 그렇게 휘둘리다 결국에는 잊지 못하게 되는, 마치 사랑처럼. 그것도 치명적인 사랑일 것이다.

지치면 한 박자 쉬었다가 기다리고 있던 순간을 만났다 가면 된다. 서두르지 않고 느긋한 여름이 나는 어딘가 안심이 되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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