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는 내가 정말 좋아하고 또 아끼는 영화이다. 영화는 주인공 혜원이 어느 겨울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그곳은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엄마와 살았던 아빠의 고향집이었다. 서울에서 살았던 가족들은 혜원이 4살 때 아빠의 요양을 위해 시골로 내려왔고, 아빠가 돌아가신 후로도 혜원과 엄마는 단 둘이 남아 그곳에서 쭉 살았다.
"갑자기 왜 온 거야?" 고향 친구 은숙이 물었고, 혜원의 대답은 "나 배고파서 내려왔어, 진짜 배고파서"였다. 그 말 뒤로 혜원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손님이 없는 틈에 급하게 끼니를 때우고, 도시락이 상한지도 모르고 입에 넣었다 도로 내뱉는 장면들이 나왔다.
직장생활 중에 유독 힘들었던 하루를 마치고 혼자 사는 곳으로 돌아갈 때, 처음으로 부모님은 왜 도시가 아니라 시골 사람인가를 불만스럽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꼭 같이 안 살더라도 엄마 밥이 먹고 싶거나 아빠가 텔레비전 보는 소리를 들으며 스르륵 잠에 들고 싶을 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에 부모님이 살고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혜원의 허기가 이해가 되었다.
영화 속에서 혜원의 엄마는 혜원이 수능을 마친 그해 겨울에 편지 한 통만 남기고 집을 떠난다. 그 뒤로 혜원도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갔고, 한참 뒤 임용고시에 떨어지고 나서 도망치듯 돌아온 것이었다.
통장에 남아있는 얼마의 돈으로 생활을 하며 엄마에게서 배운 요리들로 굶주렸던 허기를 채워나가는 게 영화의 주된 내용이었다. 영화가 거의 끝나갈 때쯤 혜원이 엄마가 남긴 편지를 다시 읽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편지는 길게 이어지는데 그중 마음에 와닿았던 내용을 아래에 옮겨본다.
아빠가 영영 떠난 후에도 엄마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는 너를 이곳에 심고 뿌리내리게 하고 싶어서였어.
엄마는 혜원이 힘들 때마다 와서 쉴 수 있는 작은 숲을 만들어 주고 싶었고 결과적으로 성공을 한 셈이었다. 혜원은 고향집에서 사계절을 보내며 큰 위로를 받아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된다. 그와 동시에 엄마가 왜 버스정류장은 멀고 겨울이면 눈이 많이 쌓여 춥기만 한 시골 마을에서 삶을 이어갔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결국에는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는 걸 또 그걸 위해 엄마가 포기하고 있던 삶을 다시 찾기 위해 떠났다는 사실도.
혜원과는 다른 이유였지만 나도 꼭 영화처럼 겨울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힘든 일이 생기자 모든 것은 뒤로 한채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오래 살았던 곳인데도 새삼 처음 와본 듯 느껴지는 게 많았다. 봄 가면 당연하게 여름 오는 것으로 여겼던 계절이 색다르게 다가와 눈과 마음을 여러 빛깔로 물들어갔다. 나에게도 작은 숲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집 밖을 나서 계절을 느끼다 보면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었고, 다음에 오는 계절을 기다리는 기분이 너무나 설렜다.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 내가 자란 곳에 아주 깊이 뿌리내려져 있었던 것이다.
영화는 시작과 마찬가지로 잔잔하게 끝이 난다. 아무것도 정확하게 이뤄지거나 결론 난 것은 없었다. 나 역시 흘러가는 대로 잔잔한 시골생활을 이어갔다. 떠나고 싶지 않지만 또 다른 쉼을 위해 떠나고 싶기도 한, 오묘한 그 사이에 놓여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