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증과 중고차"

겨울과 봄 사이

by 샹송

살면서 포기한 게 하나 있었는데 바로 운전이었다. 차가 사람만큼이나 많고 복잡한 도로를 보면 운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실은 운전을 할 자신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맞았기에 여러 핑계를 대면서 애써 운전은 삶에 없는 걸로 마음먹고 살았다.


그러다 고향으로 내려온 지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한산한 도로들에 익숙해지다 보니 '여기에서'라면 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가 생겼다. 무엇보다 차가 없으니 볼 일이 있어 읍내에 나갈 때가 불편했다. 버스는 하루에 몇 대 안 다녔고 그마저도 몇 번은 동네 앞이 아니라 십분 정도 걸어 큰 도로까지 나가야 탈 수 있었다.


마침 엄마도 운전을 배워 놓는 게 어떠냐며 제안을 했고 아빠 역시 나 원하는 대로 하라는 반응이라 더 미루지 않고 면허를 따기로 했다. 다행히 가까운 군내에 운전면허 학원이 한 곳 있었고, 삼월초에 전화를 걸어 수강신청을 했다.


학원 가는 첫날, 학원 측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는 곳으로 나가 학원 차량을 기다렸다. 잘할 수 있을까 긴장도 되었지만 오랜만에 아침에 갈 곳이 생긴 것이 꽤 기분 좋았다. 그렇게 긴장감과 설렘을 안고 학원 차량에 올라탔는데 엄마 정도 나이가 되는 분들이 세 분이나 타 계셔서 놀랐다. 서른넷의 나이가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어쩐지 안심이 되었고, 모든 시험을 한 번에 붙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학원에 다녔다.


다행히 필기와 기능 시험은 한 번에 붙었고 도로주행은 두 번 만에 붙었다. 며칠 후에 집으로 운전 면허증이 배송되었고, 부모님과 상의 후에 중고차를 알아보다 사월 중순에 소형 중고차를 하나 사게 되었다.


운전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학원에서는 강사님이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는데 혼자서 운전대를 잡으려니 여간 겁이 나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해야만 느는 것이 운전이라 부지런히 연습을 다녔다. 읍내까지 갈 자신이 생겼을 때부터는 마트에 가거나 엄마가 병원을 갈 때마다 내가 운전을 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늘었다.


평생 할 수 없을 거라고만 생각했던 운전을 한다는 게 가끔은 신기하게 느껴졌다. 고향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없었을 도전이었다. 운전면허증과 중고차는 내가 이전에 살던 삶을 포기하고 돌아와야 했던 것에 대한 보상일지도 모르겠다. "더 버텨볼걸 그랬나?" 잘 지내다가 한 번씩 그런 생각이 들면 내 선택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왔다. 그럴 때마다 내가 잃은 것이 아닌 얻은 것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무기가 필요했다. 그 무기는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기 위한 것이 아니기에 날카로울 필요도 위협적일 필요도 없었다. 내가 나로부터 나를 지킬 때 필요한 무기였다.









이전 04화"기다림을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