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은 별로지만 날씨는 좋아"

봄과 여름 사이

by 샹송

하루는 단순하게 흘러갔다. 아침 명상과 운동, 하루에 두 번 산책, 점심 먹고 책 읽기, 생각날 때 글쓰기, 자기 전에 영화나 드라마 한 편. 물론 때에 따라 조금씩은 달라진다. 가끔 엄마와 시장 나들이를 가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 바깥을 돌아본다.


읍내로 나가면 누릴 수 있는 것들도 있었는데, 작은 영화관으로 최신 영화를 보러 갈 수도 있었고 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책을 읽을 수도 있었다. 반복되고 특별한 일 없지만 하루는 빠르게 지나갔다.


그렇게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도 들쑥날쑥하며 나를 괴롭히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기분이었다. 나는 공황장애로 시작해 심한 우울증으로 번진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모든 것을 빠른 시간 내에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바로 운동덕이었다. 더 이전의 나는 기분 부전증처럼 좋은 감정들을 잘 느끼지 못하는 상태였다. 원래도 조금은 우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 정도로 꽤 오랫동안 그랬다.


그런데 운동으로 달리기를 매일 하다 보니 감정이나 기분이, 뭐랄까 굉장히 활발해졌다. 이전에 있던 기분부전증까지 싹 다 나아 오히려 전보다 더 건강해진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서인지 기분이 들쑥날쑥거렸다.


유독 처진 기분으로 집 밖을 나섰다가 거짓말처럼 기분이 좋아진 적도 있었다. 잠깐 걸었는데 맑은 하늘과 내리쬐는 햇살, 잔잔한 바람이 불어오는 분위기가 좋아서 갑자기 웃음이 새어 나온 것이다. 그래, 날씨가 이렇게나 좋은데 내 기분이 안 좋은 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만 날씨에 져서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화장한 날씨 아래 기분 안 좋다고 인상 쓰고 있으면 나만 손해였다.




이전에 썼던 일기장 하나를 들춰봤다. 일기장에 날씨와 그날 기분이 어땠는지 적어놓았기 때문이다. 기분이 좋았던 안 좋았던 그때의 기분을 알지 못하겠다. 다른 이의 기분을 이해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나고 나면 바람처럼 휘리릭 하고 날아가버리는 게 기분이니까.


" 우리는 모두 웃고 싶다." 일기장을 넘기다 눈에 띄길래 옮겨 적어본다.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내레이션의 한 부분인데, 드라마 다시 보기를 하던 중 마음에 들어서 적어 놓은 듯했다. 웃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다행히 시간이 더 지나자 기분은 자연스레 하나로 모아지듯 비슷한 결을 내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좋은 대로 나쁜 대로 그대로 받아들이며 지냈다. 기분이 안 좋으면 일단 집 밖으로 나서는 게 제일이었다.


별생각 없이 걸으면서 길에 놓인 돌멩이를 발로 차기도 하고 손에 잡히는 풀잎들을 톡톡 잡아떼기도 하면서 조금 심술을 부려도 자연은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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