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모님과 산다는 건"

봄과 여름 사이

by 샹송

장을 보러 가면, 엄마는 우리 말고 "너" 먹을 거 사라며 나와 엄마 아빠를 분리했다. 배려하는 말인 줄은 알지만 요리도 따로, 밥도 따로 먹을 것도 아니면서 꼭 그렇게 말을 했다. 별 뜻 없이 저녁 반찬이 뭐냐고 물으면 시골은 별 거 없다면서 내가 도시에서라도 태어난 사람 같이 반응을 했다.


엄마가 십 년 넘게 밖에서 살다 온 나를 손님처럼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빠도 언뜻 그런 것 같았다.


내게도 불편한 것들도 생겨났지만, 혼자 지낼 때는 가볍게 했던 옷차림을 더 단정히 하고 화장실을 쓰려면 가끔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것들처럼 사소하고 짧은 것들이었다. 단 하나, 지속적으로 불편하게 만든 건 결혼이었다.


처음 몇 달은 부모님과 연속극을 같이 봤었는데 점점 안 보게 되었다. 연속극 전개가 대부분은 연애로 시작해서 결혼으로 결론이 나는 거라 괜스레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 적은 없었지만 혹시 결혼 얘기가 내게로 번질까 봐 그랬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생각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시골에 와서 그럴 일이 생길 줄 몰랐는데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아빠 친구의 중매로, 또 다른 아빠 친구 아들을 소개받았으니까 맞선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맞선 전부터 엄마는 벌써 내가 그 사람과 잘 돼서 결혼을 할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고, 그동안 결혼에 대해서 말 한마디 없던 아빠까지도 웬만하면 잘 만나보고 결혼하라는 의중을 내비쳤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무척이나 부담이 되어 도망이라고 가고 싶었다.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행여 일이 잘 안 풀려 아빠와 친구 사이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일을 하지 않고 있는데 상대방에게 실례가 아닐까?


결과가 좋을 리 없었다. 아빠는 몇 마디 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유일하게 있을 결혼 기회를 날린 것 마냥 한숨을 푹푹 내쉬다. 그리하여 마음 돌덩이가 앉은 듯 무거워졌다. 무슨 말이든 곱게 들어야지, 미리 각오는 했기에 듣기 싫은 말이 나와도 참았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다르니 말이 통할 리가 없었다. 결혼에 사랑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나는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꿈꿨다. 직장에 다닐 때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억지로 하고 싫은 사람 앞에서도 웃었다.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때로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결혼도 그렇게 해야 하나 싶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싶어 죄 없는 결혼이 자꾸만 미워졌다.




나이나 결혼하지 않았다는 배경 말고 나 자체를 봐주면 좋을 텐데. 그 어느 때 보다도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엄마에게 그런 것들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따로 살았더라면 겪지 않을 일들이나 모르고 지나갈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또 내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해결했을지 모를 사소한 문제들은 해결이 된 후에도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다시 떠나는 게 더 나을까, 그런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다가 문득 언젠가 부모님이 떠나고 난 집에 혼자 남은 나를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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