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ttitude Dec 03. 2020

뇌절한 부구청장의 한 마디

뇌절: (유행어) 뇌를 거치지 않고 나온 지나친 행동


6년 전, 구청에서 근무하던 때 이야기다. 

그곳은 엘리베이터가 3대 있었다. 홀수층, 짝수 층만 가는 것, 그리고 고층용 이렇게 3대. 고층용은 총 12층 가운데 7층까지를 건너뛰고 8층부터만 선다. 


내 부서는 8층이었고, 부구청장실은 9층에 있었다. 어느 날 퇴근하여 고층용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부구청장과 비서 1명이 타고 있었다. 인사하고 탔는데 부구청장은 전화 통화하고 있었다. 내가 타고 닫힌 엘리베이터 문은 이제 1층에 다다르기 전에는 열리지 않는다. 참고로 고층용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2~7층에서 안 선다는 것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내려가는데 전화연결이 끊긴 모양이다. 휴대폰을 귀에 댔다가 화면을 바라봤다가를 반복하던 부구청장이 느닷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가리키며 누구 들으라는 건지 모르게 외쳤다.


"야 이거 열어"


나와 동료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 채 서로 바라봤고, 비서는 지시가 떨어진 이상 뭐라도 해야겠는지 열릴 리 없는 엘리베이터 문을 괜히 만지작거렸다.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지만 예전부터 생김새만 봐도 거만하고 안하무인일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한마디 들은 순간 너무 충격적이었다.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됨됨이를 알 것 같은 강렬하고 짧은 한마디였다.


Photo by Quinten de Graaf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출근길에 이 영상 추천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