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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titude Jan 02. 2021

이상과 현실의 화해로 답을 찾았다

공대생의 심야서재 커뮤니티 석 달

안녕하세요?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Attitude입니다.

이 글은 공대생의 심야서재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모임 안에서 반 년가량 참여하면서 경험하고 느낀 점들을 커뮤니티 내 연말 온라인 송년회에서 진행된 세바시(15분 스피치)의 원고 목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글을 읽다가 다소 낯설고 생소한 분들은 여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공대생의 심야서재?


공대생의 심야서재라는 이름은 작년에 외부 독서모임에서 알게 된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작가들이 다른 주제를 가지고 연재하는 방식이었는데 그걸 주도하신 분이 공심(줄임말)님이었어요. 당시 막 브런치에 입성하고 글을 써나가며 피드백과 소통에 목말라 있던 풋내기로서 5000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작가님들은 그저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공심님도 그중 한 분이었고요.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저는 그렇게 글 몇 개 둘러보며 '이야, 나도 언젠가는?' 하고 그때는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뒤 국가고시를 한 번 치르고 미끄러진 뒤 다른 길을 찾다가 우연히 오픈 카톡방을 발견했습니다.


독서와 글쓰기 좋아하는 분들, 함께해요


지난 기억도 떠오르고, 긴 글 가운데 딱 이 한 문장에 꽂혀 톡방에 들어왔습니다.




무엇을 기대했을까?


처음에는 그저 함께하면 더 좋은 글쓰기와 독서를 위해 들어왔습니다. 가끔씩 혼자 글을 쓰기도 하고, 독서모임을 운영하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꼈기에 두 가지에 있어서 실력 있고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이것을 실컷 해보면 내가 어쩌면 책 읽고 글 쓰는 쪽을 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며 행복해합니다. 독서모임을 생애 처음 열었을 때도, 독서가 좋아서가 아니라 내가 함께 할만한 것이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차츰 책과 글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내가 좋기만 한 것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는 없었습니다. 번듯한 직장인이 아닌, 어쩌다가 알바 뛰는 밥버러지 백수로서 뭔가 탄탄한 파이프라인이 필요했습니다. 섣불리 아무거나에 발 붙이기는 두려웠고, 기왕이면 글과 책 쪽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몇몇은 이미 성공적으로 해내고 계셨기에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스스로 깨닫고 얻은 것들


1. 글쓰기 근육과 성실함의 부족을 느끼다.


공대생의 심야서재(이하 공심재)에 들어와서 초반에는 열리는 모임마다 참여했습니다. 글쓰기, 독서모임뿐만 아니라 그리기, 건강 관련, 외국어 등등 다양한 모임들이 열렸습니다.


매일 글을 쓴다면

제목을 보고 오해를 많이 하시는데 매일 글을 1개씩 쓰는 게 아닌, 매일 각자 자유롭게 글을 쓸 때마다 공유하는 방입니다. 처음에 들어가고 일주일 동안 호기롭게 매일 썼지만, 창작의 벽에도 막히고 시간에도 쫓겨서 공유가 뜸해졌습니다.


내 글에서 빛이 나요

각자 블로그, 브런치 등 플랫폼을 공유해 한 주에 1개 글을 쓰고, 댓글과 좋아요를 달아주는 모임입니다. 한주에 하나쯤이야 했지만 막상 해보니 역시 다른 일들에 치여서 주말 마지막에 부랴부랴 글을 쓰고 12명분의 댓글을 하루에 몰아서 달았습니다.


나는 이제 꾸준한 인간으로 살기로 했다

다른 모임 후기를 쓰면서, 한 달 체험으로 참여한 습관 만들기 모임입니다. 한 달 동안 만들고 싶은 유익한 습관 최대 5개 정도를 정하고 평일 매일 인증합니다. 체험으로 들어오긴 했어도 제게 필요한 습관들을 구성하지 못했고, 급하게 꾸린 것들로는 인증을 게을리하고 말았습니다.


가사를 배달해 드립니다

음악 관련 일에 종사하셔서 조예가 있으신 호스트님이 매일 노래를 미션과 함께 전달해 주십니다. 가사를 필사하면서 매일 주어지는 특별 미션을 수행하는 겁니다. 평소 음악 취향이 선율 위주였던 저로서는 음악에 대한 스펙트럼도 넓히고, 필사를 통해 악필도 교정하고자 일석이조를 기대하며 참여했습니다. 날마다 색다른 노래들을 들으며 플레이리스트를 추가해 좋았지만, 밀릴 때마다 손글씨 교정이고 뭐고 하나라도 빠뜨리지 만은 않으려고 급급했습니다.


108일 글쓰기

108일은 한 시즌의 기간이고, 페이즈를 셋으로 나누어 각각 4주 20개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글을 씁니다. 처음 쓰는 기본단계 베이식과 글을 좀 써본 사람들을 위한 어드밴스드 가운데 후자에 참여했는데, 페이즈마다 중간 휴식기간이 있고, 질문마다 당일에 올려야 하거나, 순서를 지켜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어렵지 않아 보였습니다. 완료하면 코드가 찍혀 도서관에도 유통되는 문집을 발행할 기회도 주어집니다.

이 역시도 하루하루 밀리다 보니, 정식으로 브런치 등으로 발행하는 글이 거의 없이, 몇 개씩 카페에 급하게 써 올리기 바빴습니다.



앞서 모임마다 말씀드렸지만, 저는 시작하기 전에 마음먹은 만큼 성실하게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글쓰기의 근육과 더불어 나의 일상 안에서 시간을 분배함에 있어 치밀하지 못한 탓도 있었습니다. 매일 쓰면서도 양질의 글을 써내고, 댓글도 열렬히 달아주시는 분들에 비해 너무 시간관리능력이나 아웃풋이 모자랐습니다.


2. 리더로서 역량이 부족함을 알게 되었다.


제가 참여한 것뿐만 아니라 공심재 안에서 열리는 어떤 모임이든, 모임장의 leading능력이 저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구글시트나 노션 등 툴을 이용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정교한 관리를 하였습니다. 

에너지를 아낌없이 투자하였습니다. 일일이 피드백을 주고, 응원하고, 모임을 통해 추구하는 바가 명확하고, 계획이 뚜렷했습니다. 그것은 모임을 소개하고 모집하는 글에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모임 플랫폼에서 가끔 모집을 할 때도 양을 채워나가기 어려웠는데, 여기 모임 홍보글은 간결하면서도 글 하나로 모임이 어떤 건지, 어떻게 진행될지 훤히 알만할 정도로 풍부한 내용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모임은 흥하려면 리더의 희생과 모임원의 참여도가 적절히 배합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제가 독서모임에서 리더일 때 나름 무료이면서 깔끔한 장소를 고르느라 먼 곳을 다닌 것도 어느 정도 희생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정말 충분했는지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은 리더스 레터라는 글을 발행해 올리기도 하고, 모임이 끝날 때마다 정리해서 기록을 축적합니다. 저도 공심재 안에서 무료의 기회로 배운 노션을 가지고 정리해서 공유하려고 했으나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참여인원으로서는 어땠을까. 리더의 텐션과 피드백이 후한만큼 걸맞게 갚아드리고픈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처럼 스스로 경험하면서 이론을 깨달았어도 행동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시간을 더 들일수록 좋은 숙제 같은 다른 것이 있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자연스레 밀려서 모임 활동을 마치 과제처럼 여겨 마감을 활용하듯이 하고 있었나 봅니다. 


3. 진짜 물어보고 싶었던 것


활동이든 피드백이든 시간을 들여서 제대로 하지 못한 궁극적인 이유는 제 자신의 위치가 어디로 향할지 모르고 불안정하기에 딱히 무엇에 시간을 들이는 것도 뒤죽박죽이었기 때문입니다.


내심 알고 있었습니다. 독서나 글쓰기는 어디까지나 취미에 불과하다고요. 제가 희생한들 남 좋은 일일 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함께하는 그들은 각자의 본업이 있고. 나 역시 구심점이 될 본업을 갖춰야 했습니다. 지금 멈추어도, 훗날 여유 있고 안정된 상태에서 하는 것이 서로에게 득이 되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준비할까요? 막연하게 그렸던 독서 관련 스타트업 계획이 있었습니다. 아지트를 가지는 트레바리나 아그레아블 등과 다른, 여러 동네 책방들과 연계하는 방식. 여기서 좀 더 구체적으로 공부하며 시도해 볼까요? 고시 공부하는 시간과 에너지만큼 쏟아서 준비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러기엔 저는 사회인으로서 풋내기고 터무니없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고시 쪽이 노력을 쏟는 만큼 더 결과가 정직하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스타트업 쪽을 바라보는 게, 성공한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가슴 뛰는 것' ' 좋아하는 것'에 도전하는 것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시 쪽이 실패가 무섭고, 그것을 위해 속세로부터 또 이 나이에 격리하는 것이 두려워서 도망치는 선택일지도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공심재에서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한 콘텐츠 탐구 모임이 열렸습니다. 내용에 스스로 모르는 부분을 파악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능력을 가꾼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기회인가. 혼자서는 막연했던 길을 보다 쉽게 나아갈 계기가 될 것인가. 종종 모임 안내글을 읽어보며 고민했습니다.




드디어 길을 찾았다



코칭


공심님의 안내는 충분했지만 제가 갈망하는 것을 해소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진행되는 기간을 고려했을 때, 저는 선택해야 했습니다. 시험을 볼 것인지, 콘텐츠 탐구를 할 것인지. 중요한 기로에서 마음을 못 잡아 답답하다 못해 톡으로 질문을 드렸습니다. 질문을 하다 보니 말이 점점 길어졌습니다. 그만큼 저는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었고 그저 답이 절실했습니다. 구구절절한 말속에서 제 마음을 아셨는지 공심님이 1시간 코칭을 해주겠다 하셨습니다.


약속한 시간 저는 누구에게도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것을 물었습니다. 글쓰기와 독서를 가지고 탐구해서 파이프라인을 만들고자 하는 것. 공심님의 답은 단호하고 명확했습니다. 


그것만으로 돈벌이는 안된다. 
고정적인 수입원이 따로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는 대답에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공심님의 모습이 제가 이상적으로 바라던 모습이었으니까요. 본업을 정진하는 가운데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질과 규모를 크게 키워나가는 모습. 자신이 일에만 매진하다가 공허함을 느끼고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에 오기까지의 과정, 그 속에서 느낀 점들을 상세히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멘토


이 사람이다! 

요즘 대세였던 콘텐츠 팔기나 책 쓰기 등에 대해 비법을 공유하고 방법을 전수하는 강의나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회의적이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 진실된 마음과 목적을 담아야 한다는 생각이 일치했습니다. 그저 돈이 되고 팔리는 방법에 치중하는 사라들이 단기적으로는 눈에 띄어 보여도 외부 강연이나 출간 책들을 보면 공심님의 아웃풋이 훨씬 지속적이고 강력해 보였습니다. 내가 틀린 걸까 생각했던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하고 싶었던 것들의 모습을 앞서 보여주고 계시기에 이때까지 없었던 멘토로 마침내 삼았습니다.


저의 결정에 확실한 못을 박은 것은 이후 공심님의 활동과 더불어 그에 관한 영상이었습니다.

지난여름에 버킷리스트를 만들 기회가 있었는데, 저의 근 5년 내 이루고 싶은 버킷은 글과 독서 관련한 것이 많았습니다. 그중에는 에세이집을 써내는 것, 책을 소개하는 라디오 DJ도 있었습니다. 저는 공부하느라, 그것이 끝나면 또 가정을 꾸려서 이래저래 일상에 치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시기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선입견이었습니다.


물론 공심님의 내공이 그만했기에 가능했겠지만, 불과 2년 만에 책을 출간하고, 글쓰기 강연과 더불어, 독서 관련 모임을 여러 가지 열고 무엇보다 DJ 등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시는 게 즐겁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무려 스무 살이나 많으심네도 이제부터 시작이라 생각하니 지금의 제가 전혀 늦지 않았다는 생각에 자신감과 희망이 생겼습니다.


저는 시험을 다시 보기로 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행복한 삶을 꿈꾸며,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앞으로 공심재에서 하고 싶은 것



생각만 해도 행복한 것을 그려볼 때마다, 저는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공심 모임을 하면서 아쉬움이 있었던 가운데 글쓰기와 독서를 정말 좋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심재 안에서도, 버킷리스트를 만들 때도 그랬습니다. 그렇기에 공부가 끝나면 좀 더 힘써서 제 모임을 운영해볼 생각입니다.


2021 하반기에 돌아오면 공심재 안에서는 아직 없는 탐구영역인 과학탐구를 맡고 싶습니다. 자연과학을 전공하기도 했지만 교양 과학과 과학사에 관심이 많아 강의도 듣고 책도 많이 읽어보았습니다. 그중에서는 제가 습득할 당시에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 놀라웠던 지식들도 많고, 알아봐야 쓸데없어도 들어보면 재밌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아니다!) 현대물리 하면 딱 떠올려야 하는 사람은 아인슈타인이 아니다. (다른 위대한 과학자들도 많다!) 도킨스 저서를 다 읽으면 진화론을 다 아는 것일까? (대척점에 있는 굴드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한다!) 등등 과학에 관한 알쓸신잡 재미있게 전달하는 시간 가져보고자 합니다. 


또한, 2년 전 모임을 통해 완독하고 동시에 인생 책이 되어버린 코스모스를 한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습니다. 총 13 챕터를 한 주에 한 챕터씩, 사실 2 주해도 모자랄 수 있는데 그때 가서 생각해보기로 하고, 코스모스에 담긴 내용과 관련된 과학이야기도 풀고, 후반에는 코로나 시국이 풀린다면 함께 심야에 별을 보러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Photo by Yohann Lc on Unsplash

영화: 빅 히어로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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