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더 멀리 뛸 수 있었다.

by Attitude

새해 첫 분기부터 쓰라린 실패를 맛보고, 그 여파가 지속되서 에너지가 고갈되었다. 하루하루 엿같이 지루한 나날을 보냈다. 의지력이나 동기부여의 문제를 벗어난 것이었다. 그래서 뭐라도 할 수 있을 만한 것을 해보자, 무기력을 탈출하고자 선택한 것이 달리기였다.



혼자서 줄곧 머신위에서 뛰었다 걷다를 반복해왔다. 한번에 최대한 뛴 거리는 고작 800m 정도였다. 그런 내가 겁도 없이 #체인지러너스 벙개에 참여했다. 저질체력으로 다른 러너분들게 민폐를 끼칠까봐 걱정했지만, 벙개만드신 분이 걱정말라셨다.


올림픽공원에 도착하고, 사람들 있는 광장 한가운데서 몸푸는 것부터가 나한테는 challenge였다. 운동을 많이한 티가 몸매에서 드러나는 다른 분들과 달리 통통한 몸인 나를 보고 다이어트 시켜주나보다 생각할까 혼자 눈치볼 정도였다.



공원 한바퀴가 대략 3킬로라니 4바퀴정도를 돌거라 했다. 제일 못하는 사람 페이스를 맞춰야 하니 내가 선두에 섰다. 부담없이 가벼운 뜀걸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불과 400미터 선을 지날 때 벌써 힘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일단 쪽팔린 문제가 있었고, 여기서 멈추면 다같이 멈추는 건가. 그럼 다들 나 때문에 달리기가 한바퀴도 안돌고 끝나는 건가. 무엇보다 계속 독려하고 달리는 데 혼자 갑자기 멈추기에는 분위기도 어색했다.



그렇게 참고 참고 달리다가 숨찬 것보다 다리가 지쳤다고 느꼈을 때 달리기를 멈췄다. 다들 일단 계속 달려 나갔다. 한 분이 같이 걸어주셨다. 앞에서는 달려 나가면서 나의 동태를 살폈다. 이윽고 계속 달려갔다. 얼마나 뛰었나 여쭤보니 1.5킬로 정도였다고 하셨다. 혼자 뛸때보다 2배가량 임계점을 넘었다. 역시 함께하면 더 멀리간다는게 물리적으로나 수사적으로나 정답인가보다.



같이 걸어주신 분은 사실 습관챌린지 인스타 활동시절 소통하던 분이었다. 한동안 챌린지계정을 쉬었다 다시 들어갔을 때 다들 중도하차하고 몇 안남은, 꾸준히 달리기를 하던 분이었다. 혼자 멈춰서 미안한 마음을 계속 옆에서 달래주셨다. 어디까지 이 자리는 달리기를 함께 할 수 있게 장려하는 취지이지, 달리던 사람들 각자의 페이스를 고집해서 진입장벽을 세울 생각 없다고 하셨다.


걷다가 한번 다시 뛰어봤다. 하지만 곧장 근육에 통증이 왔다. 이미 긴장이 많이 풀렸던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이 완주할 때까지 걸었다. 걸으면서 다짐했다. 다음에 여기 다시 오면 최소한 한 바퀴라도 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나도 이분처럼 다른 새로운 분들이 왔을 때 함께 즐길 수 있게 열등감 느끼지 않게 발걸음을 맞춰주는 역할을 맡겠다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달리겠다고. 앞으로 당분간은 오직 달리기 하나만이라도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