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사이드북 2주 차 후기
독서모임 참여도 진행도 많이 해보면서 확실하다 느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는 돈만큼 독서모임의 질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서비스에 대한 충실함, 자신감 보다 공간 대여료, 유명인 호스트 섭외비용 등 자신들에게 드는 품을 회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오히려 무료모임이 10만 원 모임 보다 더 나은 경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사람이다. 진행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참여하는 사람 역시 중요하다. 여기에 좋은 발제까지 있다면 화룡점정이다. 아무리 좋은 책을 가지고 모임을 해도 진행을 제대로 못해서 길을 잃거나 한 사람 이상이 드랍 더 비트를 시전 하면 모임은 엉망이 된다. 또는, 성인 남녀가 만나는 자리 중 하나이기에 대표적으로 연애 감정이 들더라도 주객전도가 일어날 때도 역시 모임은 망가진다. 다른 생각이 들더라도 서로가 본래의 모임 취지를 지켜줘야 한다.
나는 특히 사람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다가 꺼낸 해결책으로, 직접 모임에 함께할 사람들을 초대했다. 원피스를 찾으러 루피가 동료 모으듯이 모임 플랫폼에서 만나본 사람들 중 건전한 분위기를 만들어줄 거라 믿음이 가는 이들을 엄선해서 모았다. 덕분에 만족스럽게 수년간 독서모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호스트인 내가 독서생활에 매너리즘을 느낀 때부터 모임이 흐지부지 되었다. 스스로 책을 많이 읽고, 독서모임의 리더라 내세울 정도로 삶의 변화가 있었는가? 아니면 최소한 교양이 두루두루 풍부한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잠시 책을 내려놓고 독서가로서 발전적으로 성장하고자 다른 모임에 참여했다.
짧은 시간 안에 풍부한 경험을 인정받아 다시 리더가 되었다. '책 안 읽어도 되는' 지정도서 모임을 열면서 아티클과 발제를 통해 읽고 쓰는 독서를 시작했다. 글쓰기 비중이 커진 덕에 나 스스로의 발전도 있었지만, 리더로서 가장 만족스럽게도 사람들이 남다른 유익함을 표현해 주었다. 그렇게 성장과 기쁨이 어우러지던 시간도 잠시, 또다시 사람문제로 나는 그곳을 나왔다.
한동안 혼자 책을 읽었다. 모임을 갖기보다 혼자 읽고 싶은 책을 읽었다. 글쓰기가 습관이 붙지 않았는지 다시 읽고 쓰는 횟수가 줄었다. 간혹 소모임 등에서 가입해서 참여했지만 나게 충만한 만족을 주지 못했다. 돌아가는 길의 공허함이 힘들었고, 언제 다시 책을 밀도 있게 읽고 나눌 수 있을지 막막한 두려움 까지도 생겼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단 한번 참여했던 독서모임이 생각났다. 재참여를 기약했지만 여유가 허락하지 않던 사이에 리뉴얼을 거친 것이 기억났다. 모임도 다채로워지고, 일회성에서 시즌제로 바뀌었다. 그렇게 써니사이드북에 다시 참여했다. 여러 그룹가운데 책 목록이 가장 마음에 드는 그룹을 골라 신청했다.
오랜만에 즐거움이 충만했던 시간이어서 소개하자면, 이번에 읽은 2주 차 책 <사람 장소 환대>는 '무거운' 책이었다. 오래전 제목만 보고 인지했을 때는 공간일기 같은 책일 줄 알았는데, 사람에 대해 깊이 탐구하는 책이었다. 당연하다 생각한 것, 간단하게 생각한 그 속에 잠재된 편견과 차별. 그러다 보니 책이 어렵고, 민감한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나름 책을 많이 읽었고, 그만큼 사유도 많이 가져봤지만 여전히 나는 생각을 나누는 것에 교정이 필요하다. 때때로 내가 한 말을 직접 녹음으로 들어보면, 스스로 깊고 넓게 본다고 생각해도 어떤 대목에서는 평소 같지 않은 텐션이 흐르는 걸 알았다. 그리고 직접 생각을 표현해야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그제야 이 역시도 편협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올바름'을 표명하는 그 속에 내재된 오만함이 얼마나 큰가.) 과격한 반발을 받을 걱정 없이 이 공간에서는 마음껏 내 생각을 던질 수 있었다. 그리고 배울 수 있었다. 고독했던 사유가 다시 활기차게 유영했다.
이와 같은 바람직한 시간은 기꺼이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나도 그렇지만, 자유롭게 다른 생각을 표현해 준 상대방의 조화로써 만들어진다. 특히 사람으로 인해 독서모임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나로서는 신기하다. 어떻게 이런 좋은 구성원이 모였을까? 회당 25,000원 액수 만으로 그런 문턱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겪은 바와 마찬가지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구축한 신뢰가 브랜딩 되지 않았을까?
여기는 담백하게 이끌어주는 '선장'과 조화롭게 각자의 개성을 더해주는 '선원들'이 조화롭다. (써니사이드북 다른 모임도 그럴 것 같다.) 특히 이번 책처럼 어려운 책은 읽다가 완독을 포기하거나, 할 얘기가 없을까 봐 모임 오는 걸 포기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발제문이 훌륭한 조타수가 되어준다. 쟁점이 너무 많아 자칫 표류할 수 있는 시간의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지난 때보다 언제든 다음 기회에 더 뜻깊은 시간을 선물하는 독서모임을 꾸리고 싶어 떠돌았던 내게 여기가 오랜만에 찾은 안식처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써니사이드북을 처음 인지한 게 책 읽기 좋은 공간에서였다. 독서모임하기 좋겠다 생각하며 계단을 내려오던 차에 2층에서 책을 펼치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모습에 호기심이 생겼다. 바로 그날 알고리즘이 나에게 닿았고 그렇게 참여한 기억이 나를 지금의 모임으로 이끌었다. [읽는 사람들]의 인연은 참 신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