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손흥민의 시대에 살 고 있다

by Attitude

새벽 5시


눈을 떴다. 늦잠이었다. 4시에 시작한 경기는 이미 한참 진행 중이었다. 커리어 막판, 사실상 마지막일지도 모를 손흥민의 우승 도전. 그리고 축구 앞에선 영락없는 아재가 되는 봉준호 감독님의 입중계. 경기는 정말 아슬아슬했고, 그 짧은 1시간 동안, 나는 온전히 ‘그 경기장’ 안에 있었다. 1분 그리고 또 1분 종료 휘슬과 함께 손흥민의 포효에 두 팔을 들었고, 손흥민의 눈물에 나 역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새벽 6시


주섬주섬 운동복을 입고 나이키 어플을 켰다. 다시 평소의 하루가 시작된다. 씻고 밥을 먹고 출근 준비. 어쩌면 역사적인 기쁨의 순간이었지만, 나의 오늘은 어제처럼 이어진다.



오전 10시


모니터 활자에 집중하면서 새벽의 그 모든 환희가 너무도 멀게 느껴졌다. 두 개의 현실이 겹치지 못한 채 어긋나는 듯한 감각.

잔잔한 공허감이 커피잔 위로 퍼졌다.



저녁 7시


퇴근길, SNS에 넘쳐나는 손흥민의 우승 사진들. 새벽의 환희가 다시금 밀려든다.

스타리그에 열광할 때“게이머의 성공이 네 인생에 무슨 영향을 주느냐”고 고등학교 과외 선생님이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할 수 있다.

어떤 잡념도 사라지고, 온몸이 집중되는 순간. 기쁨과 감동이 고스란히 나의 감정처럼 느껴지는 그 몰입의 순간. 그건 분명, '같이 살아간다'는 감각이다.



밤 10시


다시 저무는 밤, 아직 사라지지 않은 오늘,손흥민은 또 한 명의 ‘역대급’ 선수가 되었다. 그의 활약은 우리에게 축구가 있는 밤을 다시 설레게 만들었고, 그의 한 골, 한 어시스트에 우리는 웃고 울었다. 그 환희의 순간들은 단지 경기 결과 그 이상이었다. 삶에 작은 떨림을 더해주는 축제였고, 지친 일상에 스며든 가장 따뜻한 기적이었다.


우승컵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마저 어물쩍 지나가기에 아쉬웠던 그의 커리어. 그 마지막 장면에 드디어, 다시 한번 진한 감동이 쏟아졌다.


우리는 여전히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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