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악은 나를 설명한다

언어보다 먼저 반응했던 노래들

by Attitude

가끔씩은 음악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음악의 역사나 악기에 대한 지식 그런건 아니다. 그냥, 내가 어떤 음악에 이끌리는지, 그 곡들이 내게 어떤 결로 다가오는지 플레이리스트를 보여주고 싶다. 지식이 아니라 감각을 깨우는 글, 그래서 읽는 이의 감정선도 살짝 흔들릴 수 있었으면 한다.


어릴 적부터 클래식을 가까이 두고 자라서일까. 나는 음악을 들을 때 가사보다 선율에 더 빠져든다. 언어가 따라가지 못하는 감정이 있을 때, 그 공백을 가장 먼저 채우는 것도 음악이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조금 멋을 부려 말하자면, 무언가의 본질을 붙잡고 가능한 한 명확하게 정리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책이 펼쳐지면서 입체 모형이 올라오는 건 참신하면서도 당연한 원리인데, 이걸 읽는사람이 탁 떠올린 수 있게 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간단하고 직관적인 것을 말로 풀어낸다는 것. 그게 오히려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걸, 나는 매일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더 파고들고, 들여다보고, 감각이 언어로 번역될 때까지 밀고 나간다.


음악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각자 음악을 찾는 순간이 있다. 위로가 필요할 때, 집중하고 싶을 때, 혹은 막연히 마음이 허할 때. 그런데 왜 하필 이 곡일까? 왜 이 리듬, 이 음색, 이 목소리에 우리는 멈춰 서게 되는 걸까? 그걸 말로 꺼내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어떤 곡을 들으면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마음이 평온해진다. 잔잔한 물결처럼 반복되는 리듬, 혹은 소리를 한참 물고 있는 보컬의 숨결 같은 것들. 그게 꼭 내 기분과 리듬이 닮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내 플레이리스트엔 락이나 메탈도 함께 있다. 완전히 다른 장르일 텐데, 어떤 날은 바흐가, 어떤 날은 Linkin Park가 내 곁에서 연주한다. 그 차이 속에서도, 내 감정이 반응하는 공통된 결이 있는 것 같다.


언젠가 인공지능이 내 리스트를 분석해 “당신은 이 음색의 밀도를 좋아하네요”라고 말해줄까? 궁금하다. 지금처럼 모든 게 ‘대세’가 주도하여 소비되는 시대일수록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지킨다는 건, 다른 유혹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감정의 우선순위를 끝까지 기억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현재 나의 의지와 닮아 있다. 그건 거창한 자존감이나 교양이라기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걸 흔들림 없이 바라보는 감각이고, 결국엔 삶을 견고하게 만드는 습관이다. 나는 그걸 음악에서 연습하고 있다. 좋아하는 걸 이렇게나 좋아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일부터.

사진: UnsplashAlpha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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