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

이기적 유전자

by 재리건아빠

A와 B가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 때문에 공범 혐의로 투옥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은 각각 독방에서 공범자에 대한 불리 한 증언을 하여 동료를 배신하도록 사주받았다.


결과는 두 사람의 죄수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결정되며, 어느 쪽도 상대가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만일 A가 B에게 죄를 완전히 뒤집어씌우고 B는(자기의 옛 친구, 그러나 실제로는 자기를 배반해 버린 친구와 협력하기 위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재판장은 그 이야기를 그대로 믿게 되어 B는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게 되는 반면 A는 배신의 유혹에 굴복하여 무죄 석방될 것이다.


만일 두 사람 모두 배신하면 양쪽 모두 죄가 인정되나 증거를 제공한 점을 감안하여 어느 정도 경감된 형량, 즉 상호 배신의 벌을 받게 된다. 만일 양쪽이 협력하여(서로는 협력이지만 당국에는 거역) 증언을 거부하면 주요 범죄에 관해서 두 사람 중 누구든 유죄가 될 충분한 증거가 없으므로 보다 경미한 죄로 짧은 형량, 즉 상호 협력의 포상을 받을 것이다. 형량을 '포상'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될지도 모르나, 오랫동안 옥중에서 보내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사자들에게는 포상이 될 수 있다.


'이득‘이 돈이 아닌 형량이더라도 이 게임의 필수적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일 당신 자신이 각 죄수의 입장에서 자기의 이익만 생각한다면, 또 서로 타협할 기회가 없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어느 쪽이나 서로 배신할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양쪽 모두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게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딜레마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 양쪽 모두 상대가 무엇을 하든 자기 자신은 상대를 '배신‘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방책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만일 두 사람이 협력하면 각자보다 큰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만일 둘이 합의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기만 하다면, 각각이 상대에게 "나는 이기적인 대박을 바라지 않는다”라고 안심시킬 방법이 있기만 하다면, 협약을 성사시킬 수 있는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기만 하다면 좋을 텐데 말이다.


단순한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는 이처럼 신뢰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경기자 중 적어도 한쪽이 이 세상에는 없을 진짜 성인과 같은 봉이 아닌 한, 최종적으로 이 게임은 두 경기자 모두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상호 배신으로 끝날 운명인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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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딜레마는 실제 소송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특히 마약.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마약사건 전담 재판부에 드나든 적이 있다. 다양한 마약이 있지만 필로폰 사건을 가장 많이 접했다.


보통 마약 사건은 수사기관의 첩보수집 활동, 함정수사로 시작된다. 밀수하다 걸린 사람, 자수하는 사람도 종종 있더라. 아무튼 하나 걸리면 줄줄이 엮인다. 마약을 구해 온 사람, 그걸 산 사람, 다시 판 사람, 그걸 다시 산 사람, 투약한 사람, 같이 투약한 사람 등등등.


이 사람들 모두 공범이다. 누구 하나 걸리면 이제 결정해야 한다. 수사기관에 협조해서 다 불고 나라도 살 것인지, 아님 합심하여 끝까지 오리발 내밀 것인지.


투약이 의심되는 사람은 간이시약검사부터 하게 되고 집, 차, 사무실 등 압수수색 당하는데 이때 나온 증거로도 충분히 처벌된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 마약을 어디서 구한 것인지다.


여기서 공범 사이의 죄수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내 경험상 공범을 배신하지 않았던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 판매자와 구매자. 이들은 서로 배신하고 모두 감옥행. 이들은 분명 딜레마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방법을 이용하려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아주 약간 궁금하기도 했었다.


결국 이런 상황은 어쩌면 과학인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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