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구달과 스티븐 와이즈

by 재리건아빠

제인 구달(Jane Goodall)과 스티븐 와이즈(Steven M. Wise)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했지만,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깊이 연결된다. 한 사람은 현장에서 동물의 삶을 “보게” 만들었고, 다른 한 사람은 법정에서 동물의 권리를 “말하게” 만들었다.



1. 제인 구달 ― 침팬지를 통해 인간 중심주의를 무너뜨린 과학자


지금은 고인이 된 제인 구달은 1934년 영국에서 태어나, 정규 대학 교육 없이도 1960년 탄자니아 곰베(Gombe) 국립공원에서 침팬지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동물행동학은 실험실 중심, 숫자와 통계 중심, 그리고 동물에게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이 학문적 객관성으로 여겨지던 시대였다. 그러나 구달은 침팬지 개체에게 이름을 붙이고, 그들의 감정·성격·사회적 관계를 서술했다. 이는 기존 과학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지만, 결과적으로 동물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그녀의 가장 유명한 발견은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침팬지가 나뭇가지를 다듬어 흰개미를 잡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는 인간뿐”이라는 정의는 무너졌다. 이 발견에 대해 루이스 리키는 “이제 우리는 인간을 재정의하거나, 도구를 재정의하거나,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한 문장은 제인 구달 연구의 의미를 압축한다.


더 나아가 구달은 침팬지 사회에서 전쟁, 살해, 정치적 동맹, 양육, 애도까지 관찰했다. 이는 폭력과 공감이 모두 인간만의 특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인간 문명에 대한 불편한 거울이 되었다. 그녀의 연구는 생물학·심리학·인류학을 넘어 철학과 윤리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제인 구달은 연구자에 머물지 않았다. 제인 구달 연구소(Jane Goodall Institute)를 설립하고, 환경보호·동물보호·청소년 교육 프로그램(Roots & Shoots)을 통해 전 세계를 돌며 활동했었다. 그녀는 생전 분명하게 말한다.


“과학은 나에게 지식을 주었고, 사랑은 나에게 책임을 주었다.”



2. 스티븐 와이즈 ― 법을 통해 동물에게 ‘권리의 언어’를 부여한 변호사


스티븐 와이즈는 미국의 법학자이자 변호사로, 동물에게 법적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법률 언어로 체계화한 인물이다. 그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으로, 1980년대부터 동물법을 연구해 왔으며, 동물권리 프로젝트(Nonhuman Rights Project, NhRP)의 창립자다.


와이즈의 핵심 문제의식은 단순하다.

“고도의 인지능력과 자율성을 가진 존재를 ‘물건(property)’으로 취급하는 것이 정당한가?”


그는 『Rattling the Cage』, 『Drawing the Line』, 『Though the Heavens May Fall』 등의 저서를 통해 침팬지, 코끼리, 돌고래 등이 자기 인식, 계획 능력, 감정, 사회성을 갖춘 존재임을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이런 존재에게는 최소한의 법적 권리, 즉 신체의 자유(bodily liberty)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인신보호영장(habeas corpus)이라는 전통적인 법적 장치를 활용해, 침팬지와 코끼리를 대신하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동물이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법철학적 질문을 현실로 끌어낸 사건들이었다. 비록 많은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일부 판결에서는 “동물도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법부의 언급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와이즈의 업적은 즉각적인 승소보다도, 법의 언어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 동물은 더 이상 단순한 보호의 객체가 아니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존재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3. 두 사람이 만나는 지점 ― 과학과 법이 만드는 동물권의 토대


제인 구달과 스티븐 와이즈는 서로의 작업을 강하게 지지해 왔다. 구달의 연구는 와이즈에게 과학적 근거를 제공했고, 와이즈의 법적 투쟁은 구달의 연구가 지닌 윤리적 함의를 사회 제도로 확장시켰다.


요약하면,

• 제인 구달은 “동물이 어떤 존재인가”를 보여주었고,

• 스티븐 와이즈는 “그렇다면 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를 묻고 행동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인간의 우월성을 전제로 한 기존 질서에 도전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도전은 감상이나 이상주의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과 법적 논증이라는 가장 강력한 언어를 통해 이루어졌다.



4. 오늘날의 의미


기후위기, 대규모 축산, 동물실험, 야생동물 전시 문제가 심화되는 오늘날, 제인 구달과 스티븐 와이즈는 단순한 상징적 인물이 아니다. 그들은 묻는다.


“우리는 알면서도 계속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책임을 질 것인가.”


그 질문은 이제 과학자와 변호사를 넘어, 우리 모두에게 던져져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혈압, 약 없이 수치 낮추는 실전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