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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배제신청 (Motion in Limine)

현직 미국변호사가 들려주는 미국소송 이야기


미국소송을 하다보면 motion in limine 이 종종 활용된다. 영어로 된 정의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다.


In U.S. law, a motion in limine(Latin:[ɪn ˈliːmɪnɛ]; "at the start", literally, "on the threshold") is a motion, discussed outside the presence of the jury, to request that certain testimony be excluded. The motion is decided by a judge in both civil and criminal proceedings. It is frequently used at pre-trial hearings or during trial, and it can be used at both the state and federal levels. (Wikipedia)


라틴어인 "in limine"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시작에서" 또는 "문턱에서"로 번역할 수 있는데, 따라서 문자 그대로 읽는다면, motion in limine은 소송의 시작에서 또는 소송의 문턱에서 하는 신청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이름만 놓고보면 무슨 신청인지 사실 알기는 어렵다. 이 용어를 한국어로 정확하기 번역하기가 좀 애매한데, 일반적으로 상대방이 제출한 증거에 대하여 이를 증거로 채택할 경우 예단이나 편견이 발생하여 사실판단자의 합리적인 사실판단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소송 초기인 재판 전 단계에서 애초에 증거를 배제하여 줄 것을 신청하는 것이라 이해하면 될 것이다. 증거이의신청, 유해증거배제신청, 증거능력심사신청 등으로도 번역되나, 본 글에서는 증거배제신청이라는 용어로 번역을 하기로 한다.




증거배제신청은 민사사건 또는 형사사건에 상관없이 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실심리절차 이전에 제기하도록 요구되기는 하나, 사실심리중이라 하더라도 증거가 제공되기 전이라면 법원에서 그 신청을 허락하기도 한다. 증거배제신청을 하는 주된 목적은 배심원 재판의 경우 재심원이 편견을 가질 수 있는 증거에 애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일단 모든 증거들이 현출된 후에 사실판단자가 합리적인 기준으로 관련성 있는 증거들을 추려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그리고 이미 해당 증거에 노출된 배심원을 그 증거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편견이나 예단을 사후적으로 시정한다는 것은, 배심원들에게 해당 증거는 사실판단에서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배심원 안내설명문(jury instruction)을 교부함으로써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배심원에게 형성된 심증을 사후적인 설명만으로 완전히 원상회복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그러한 문제를 애초에 원천봉쇄를 하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가장 큰 목적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실제 사용예를 들어서 설명하면 보다 더 이해가 쉬울 것 같다. 필자가 참여했던 소송에서, 피고인은 해양에서 원유를 시추하여 운반을 하는 회사였는데, 해저에 있던 원유 파이프에 문제가 생겨 수십만 갤런의 원유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 주검찰로부터 형사기소를 당한 사건이었다. 주검찰은 증거자료 중 원유 유출로 인해 오염된 해안가 마을의 모습과 떼죽음을 당한 새들과 물고기들의 사체가 찍힌 사진, 야생생물들의 부검사진 등을 증거로 제출한 상황이었다. 피고인 회사를 대리했던 필자의 로펌은 당연히 위 사진들은 본 사건과 관련 없고 배심원들로 하여금 심중한 편견을 형성할 수 있으므로 증거에서 배제하여 줄 것을 신청했었다. 내부 장기가 시꺼먼 기름으로 가득 찬 야생동물의 충격적인 부검사진을 보게 된다면, 환경의 소중함을 아는 그 어느 누구라도 심각한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고, 일반인인 배심원의 경우 피고인 회사가 실제로 기소된 범죄행위보다도 훨씬 더 중한 범죄로 인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필자의 로펌이 작성했던 모션의 마지막 문단만 발췌하였다.


"These photos are probative only of facts that Defendant does not dispute.  But their emotional impact is undeniable.  The Court should exclude all of the photographs listed in the People's Exhibit Lists as unduly prejudicial under Evidence Code section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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