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미국진출 가이드
스타트업 파운더분들이 많이 접하게 되는 스톡옵션이나 Restricted Stock 계약서에서 베스팅(vesting), 그리고 베스팅 가속화(vesting acceleration)에 대한 조항이 많이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베스팅의 개념이 익숙치 않은 분들이라면 아래의 글부터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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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가 “베스팅 가속화(vesting acceleration)"이라고 표현하는 이 개념은, 베스팅이 가능한 주식이나 스톡옵션이 아직 베스팅 일정 내지 조건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베스팅되거나 베스팅 가능한 상태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베스팅 가속화는 기업이 매각되거나, 고용 계약이 해지되거나, 어떠한 성과적 목표치를 달성했을 때 진행되는데, 이는 직원들과 투자자들의 목표를 회사의 목표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그들을 보호하는 수단으로서 사용되고 있다.
이해하기 쉽게 간단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좋을 것 같다. 굴지의 대기업의 인사팀 직원이던 홍길동씨는 안정적이고 고연봉인 자리를 떠나 더 도전적인 IT 스타트업의 인사팀장 포지션 오퍼를 받고 이직을 결심하였다. 이 스타트업은 설립된지 불과 6개월 정도밖에 안된 초기 단계이기에 홍길동씨의 연봉은 이전 직장 보다 낮아졌지만 주식을 받는 조건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다.
홍길동씨가 받은 회사의 주식은 기업에서 4년 동안 근무할 경우 매년마다 1/4씩 베스팅되는 조건으로 일을 시작하였고, 능력있는 홍길동씨는 유능한 인재들을 스카웃하면서 회사의 성장에 혁혁한 공을 세우며 6개월만에 어느 대기업에 $20 Million (약 240억)에 인수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축하의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도 잠시, 곧 홍길동씨는 자신이 회사로부터 받은 주식이 완전히 베스팅 되기 위해서는 인수한 기업에서 남은 3년의 기간 만큼 더 일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인수한 기업은 이미 인사팀장과 충분한 팀원들이 있었기에 추가적인 인사팀 직원이 필요없다고 판단하여 인수가 완료된 직후 홍길동씨를 해고했고, 결과적으로 홍길동씨의 주식들은 단 한 주도 베스팅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다소 극단적인 예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런 사례가 스타트업 인수 과정의 꽤 자주 발생되는 일인데, 인수하는 기업이 이미 규모가 좀 있는 회사라면 이미 필요한 보직을 맡는 직원들이 고용되어 있어 피인수 기업의 모든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할 필요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직원이라면, 위와 같은 시나리오를 분명히 인지하고 고용조건 협상시 중요한 카드로 사용해야 하며 베스팅 가속화가 이러한 상황에게서 자신들을 보호해 줄 수 있다는 걸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제 베스팅 가속화가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알아봐야 하는데, 우선 크게 single trigger와 double trigger, 2가지 조건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Single Trigger Acceleration (단일 트리거 가속화)
단일 트리거 가속화는 스톡옵션이나 주식을 받은 직원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이다. 그 이유는 직원의 스톡옵션이나 주식이 베스팅되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이벤트(보통 기업의 경영권 이전)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인수될 경우, 직원의 베스팅 되지 않은 주식(또는 스톡옵션)의 전부 또는 일부는 즉시 베스팅이 되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많은 직원들에게 이 단일 트리거 가속화 조건을 부여하기를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조항이 기업을 인수하는 바이어 입장에서는 인수하려는 기업의 주주구성이 갑자기 변동될 가능성이 있고 핵심인력들이 바로 주식을 정리하고 떠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인수를 포기하는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직원들의 계약서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지는 않으며 주로 창업자들이나 고위 간부, 어드바이저들의 계약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편이다.
우리의 예에서, 홍길동씨가 만약 단일 트리거 가속화 조건으로 주식을 부여받았었다면, 인수하는 기업이 홍길동씨를 해고할 생각이 없더라도, 홍길동씨의 주식은 이미 베스팅 되었기에 홍길동씨는 인수한 기업에서 일을 할 의욕이 적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싱글 트리거 가속화는 기업과 직원 사이의 마찰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Double Trigger Acceleration (이중 트리거 가속화)
기업과 직원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하여, 많은 기업들은 이중 트리거 가속화를 제공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중 트리거 가속화는 2개의 이벤트가 모두 발생해야만 베스팅 가속화가 진행되게 되는데, 보통 1) 경영권의 이전과 더불어 2) 해당 직원의 이유 없는 해고가 그 2개의 이벤트들이다. 대개 경영권이 이전된 후 일정한 기간 안에 해고가 이루어지면 베스팅 가속화가 진행된다.
이중 트리거가 적용되는 경우, 만약 인수하는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다면 그 직원은 새로운 회사에서 자신의 일을 계속할 이유가 있게 된다. 직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주식을 얻을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이 더 오래 일할 명분을 만들어주는 목표를 둘 다 이뤄주는 수단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예에서 홍길동씨의 상황도 이중 트리거 가속화 조항을 활성화시키는 조건이 만족된다. 홍길동씨가 일하던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인수되었고 (1차 트리거) 그 직후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되었으므로(2차 트리거) 그 시점까지 베스팅 되지 않은 홍길동씨의 주식 또는 스톡옵션은 베스팅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경영자의 입장이거나 스타트업의 주식을 받고 입사할 직원의 입장에서 위 베스팅 가속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계약서에 사인 전에 해당 가속화 조항을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의를 하여 회사 또는 직원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