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쿨 이야기
미국 현지시각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 지난 2월에 치뤄진 캘리포니아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왔다. 합격율은 무려 26.8%(!)로 합격율 데이터가 공개된 1951년 이후 역대 가장 낮은 합격율로 기록되었다. 초시 합격율은 38%, 재시 이상 응시자의 합격율은 22%에 그쳤다고 한다. 응시자들에겐 참으로 가혹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캘바는 미국 50개주 변호사 시험 중에 합격율이 낮기로 가장 악명이 높은 시험이다. (2017년 전까지는 타주가 2일 동안 시험을 보는 데 반해 3일간 시험을 보는 지옥의 일정으로도 악명이 높았다) 일례로 응시자 숫자가 많은 대표적인 주가 뉴욕, 텍사스, 플로리다, 일리노이 등을 들 수 있는데, 위 4개주의 지난 2월 바시험의 합격율은 각각 40%(뉴욕), 46%(텍사스), 60%(플로리다) 였으며 일리노이주의 경우에는 합격율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았으나 예년 통계자료들을 찾아본 결과 평균적으로 60-80% 대의 합격율을 보였었다. 캘리포니아의 합격율은 캘리포니아를 제외한 가장 낮은 합격율을 보인 뉴욕주와도 13% 이상의 합격율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다른 주의 합격율 정보를 찾아보면서 올해 2월 시험이 거의 모든 주에 있어서 합격율 하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전미 MBE(객관식) 평균점수가 역대 가장 낮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시험의 전미 MBE 평균 점수는 1326점으로, 이는 지난 2019년 7월 시험의 1411점, 2월 시험의 1340점 등과 비교하였을 때 상당히 하락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점수는 2018년 2월에 기록했던 역대 최저점수인 1328점보다도 2점이 더 낮은 점수로 최저점수를 갱신하였는데, 2014년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MBE 점수의 추세가 작년에 반등하나 싶더니 다시 하락추세로 돌아섰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캘리포니아 응시자들의 평균점수는 1357점으로 전미 평균 정수보다는 약 30점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평균보다 MBE 점수가 훨씬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합격율이 낮은 캘바... 또르르...)
필자가 한국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을 무렵만 하더라도 미국 변호사시험은 한국의 사법시험에 비해 훨씬 합격율이 높아 조금만 준비하면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유학가서 졸업 전까지 신나게 놀다가 막판 2달간 빡세게 공부하여 뉴욕바를 합격하였다던지, MPRE(법조윤리시험) 시험보러 가는 비행기에서 공부하고 시험을 붙었다던지 하는 전설적인 변호사 선배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려오곤 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다소 과장된 것도 많았지만서도 실제로 2000년대,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뉴욕바의 경우 합격율이 70% 정도를 유지했고 캘바의 경우도 꾸준히 50%대의 합격율을 보이던, 어떻게 보면 수험생 입장에서는 호시절(?)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변호사시험 합격율의 하락은 전반적인 추세로 보이며 이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으로 보인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로스쿨의 인기가 낮아지고 우수한 지원자들이 점점 줄어들 수 있는 부정적인 시그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지난 2월 시험에 합격한 모든 분들께 축하의 인사를 전하면서 동시에 아쉽게 불합격한 분들께도 위로의 말을 전한다. 한 가지 명심하였으면 하는 점은, 그 결과가 어떠하였든지 간에 그 결과 자체가 결코 당신의 커리어 상의 잠재성과 한 사람으로서의 당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