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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펌, 미국 변호사 스마트하게 선임하는 방법

미국로펌 이야기

이전에 "의뢰인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때 쉽게 오해하는 부분 3가지"라는 주제로 변호사 선임시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위 글에서 필자는, 1) 변호사의 경력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자, 2) 변호사의 학력(특히 학위와 학교명을 매칭하지 않고 혼동스럽게 작성하는 경우 등)을 다시 한번 확인하자, 그리고 3) 로펌 규모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자는 내용으로 정리한 바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러면 나의 사건을 담당해 줄 (특히 미국)변호사들을 스마트하게 찾고 선임하는 방법에 대하여 간단히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일단 "Bet-the-company" 사건과 "Day-to-day business operations" 이슈를 구분하라


쉽게 말해, 회사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Bet-the-company ) 사건과 일상적인 영업활동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법률 이슈(Day-to-dat business operations)에 대해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큰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사내의 모든 법률 이슈에 대하여 전부 시간당 1천불 이상을 청구하는 대형로펌에 맡기지는 않는다. 비용적으로 비효율적이기도 하고, 어느 특정 로펌에만 일이 몰릴 경우 나중에 conflict 이슈가 발생했을 때 쉽게 다른 로펌을 선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대기업들은 전략적으로, 대부분의 대형로펌에 일부러 다 조금씩 일감을 나누어 줌으로써 conflict 이슈가 생기도록 만든 뒤, 나중에 자신의 상대방 회사가 대형로펌들 중에 대리인을 선정하기 어렵도록 만들기도 한다.


일례로, 필자가 아는 LA의 어느 개인 변호사의 경우는, 약 십여년 전 한 개인을 대리하여 미국의 유명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바 있었다. 상당히 큰 케이스였는데, 의뢰인은 상당한 자산가였고 처음에는 당연히 LA에 있는 여러 대형로펌들에 소송대리를 의뢰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은행이 LA에 있는 거의 모든 대형로펌 사무실에 "Day-to-day business operations" 관련 업무들을 나눠서 일을 맡김으로써, 거의 모든 로펌들과 conflict 이슈가 발생하였고, 따라서 사건을 맡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러 로펌들로부터 거절을 당하자 매우 빈정이 상한 자산가는 결국 이 개인 변호사를 찾아왔고, 수임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내 일처럼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해줄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흔히, 단순하게 대형로펌이 "Bet-the-company" 사건을 맡고, 중소형 로펌이나 개인 사무실들이 "Day-to-day business operations" 사건을 맡을 거라 생각하는데, 개인이나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대형로펌에게는 "Bet-the-company" 사건을 맡기려고 해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말 명운을 건 이상 나의 전담 변호사처럼 사건을 케어해 줄 수 있는 작은 규모의 로펌이나 실력있는 개인 변호사를 선호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분류된 케이스에 따라 타겟으로 하여 접촉할 로펌과 변호사가 달라지게 된다.



사건의 규모와 지불 가능한 변호사 비용 수준을 냉정하게 판단하라


물론, 자금의 여력이 충분히 있는 대기업들이 당사자일 때, 그리고 삼성 vs 애플의 특허소송이나 LG화학 vs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과 같이 법률비용으로만 수 천만 불 이상이 발생하는 사건들이라면 모든 대형로펌들이 엄청난 케어와 신경을 써 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에겐 회사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일이고 이를 위해 수 억원이라는 엄청나게 큰 돈을 지불하는 것이지만, 대형로펌들의 입장에서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여러 사건 중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 이건 물론 대형로펌 변호사들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몇 십만불 수준의 법률비용으로는 도저히 대형로펌들이 투입해야 하는 변호사들의 시간을 보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형로펌에 맡기면 뭔가 다르겠지라고 생각했다가 의뢰인들이 크게 실망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미국의 법률비용이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소송의 경우, 1심 판결을 받기까지 5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건이 길어질 수록 법률 비용이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내가 처음에 예상했던 예산을 금방 초과해버릴 수 있다. 특히, 미국 로펌 비용은 한국의 로펌보다도 훨씬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매년 법무 예산은 정해져 있는 데다가 사건이 길어지다 보면 전임자가 확보해 둔 예산이 턱 없이 부족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래서 흔히 로펌 비용에 일정 cap을 설정해서 그 이상은 청구하지 않도록 하기도 하는데, 물론 이는 어느 정도 비용의 통제 측면에서 효과적이기는 하다. 그런데 일정 cap 이상을 넘어가면서부터는 파트너의 참여가 급격히 줄고 시간 당 비용이 낮은 변호사로 교체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조금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모두가 삼성이나 SK와 같은 의뢰인으로서의 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 그리고 나름 한국에서는 잘 알려진 대기업 내지 중견기업이라 하더라도, 포춘 500대 기업들을 주된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는 미국 대형로펌들 입장에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글로벌 포춘 500대 기업에 한국기업은 불과 14개사에 불과하다.) 그 말인 즉슨, 한국 로펌으로부터 받던 대우나 로펌이 고객과의 관계에서 주는 여러 비용 할인 등의 혜택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결국엔, 미국 시장에서 얼마나 주목을 받는 사건인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법률 비용을 지불하는가에 따라 나의 사건이 얼마나 케어받을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처음 로펌을 선정할 당시부터 나의 예산이 이 로펌에서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제대로 케어를 받을 수 있는 규모인가를 냉정히 판단해보는 것이 좋겠다.



그 지역과 로펌 사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로컬 변호사를 잘 활용하라


필자의 경험상, 한국에서 미국 로펌이나 변호사를 찾는 방법은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뉜다.


첫째, 한국의 로펌을 통해 소개받는 방법이다. 주로 국내의 일을 맡기는 한국 로펌을 통해 미국 로펌을 추천받게 되는데, 이 경우도 1) 정말 소개만 해주고 그 이후의 일은 의뢰인과 미국로펌 간에 알아서 하는 경우와, 2) 한국 로펌이 선정부터 그 이후 커뮤니케이션까지 다 관리해주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부분은, 한국 로펌에서 왜 이 미국 로펌을 추천해주었는가 하는 부분인데, 각 로펌별로 그리고 파트너 변호사들별로 친분이 있는 미국 로펌과 파트너들(주로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들)이 몇 명씩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그 안에서 서로 cross-referral network를 형성하게 되는데, 한국의 변호사가 정말 이 미국 로펌이 내 사건에 전문성을 가지고 나를 잘 케어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여 추천을 해 주는 것인지, 단순히 그들의 친분에 근거한 추천인지에 대한 2차적 검증은 꼭 필요하다. 그래서 내 담당 한국 변호사가 추천해줬으니 그냥 믿고 일을 맡기자라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으며, 반드시 해당 미국 로펌의 변호사와도 별도로 pre-engagement meeting을 진행할 것을 권한다.


둘째, KOTRA와 같은 정부기관이나 미국 내의 비영리 단체 등의 Help Desk 등을 통해 소개받는 방법이다. 이 경우에는 아무래도 직원 개인의 친분에 근거하지 않은 조금 더 객관적인 추천이나 소개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자문단 또는 협력 로펌으로 두고 있는 변호사들의 pool이 그리 넓다고 보기 어렵고,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과 전부 네트워킹 되어 있을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정부기관이나 비영리 단체의 직원이 내 사건을 제대로 분석하고 직접 나서서 최적의 로펌이나 변호사를 찾아줄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셋째, 구글링 등을 통해 직접 수소문하여 로펌 별로 프로포절(proposal)을 요청하여 받고 비교한 후 선임하는 방법이다. 한국에서 김앤장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인 것과 같이, 그런 로펌을 미국에서 찾기란 어렵다. 예를 들어, 내 사건이 IP 사건인데, 미국 로펌 랭킹을 찾아보니 1, 2위가 Cravath와 Wachtell 인 것을 보고 두 회사에 IP 사건을 맡기려 한다면 미국 변호사들의 시각에서는 굉장히 이상한 모습이다. (참고로, 두 로펌은 Corporate, M&A, 그리고 관련된 경영권 분쟁에서 탁월한 로펌으로 그 외 분야의 사건은 거의 다루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물론, 미국에도 많은 대형로펌들이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는 general practice(종합로펌) 로펌을 표방하지만, 각 로펌이 탁월한 전문성을 보이는 분야는 다 다르다. 그리고 미국이 워낙 크다 보니 각 로펌 별로 여러 도시에 오피스를 두고 있는데, 각 오피스별로도 주로 다루는 업무영역이 다르고 따라서 각 지역마다 실력있는 변호사들의 업무분야도 다르다. 예를 들어, 같은 로펌이라 하더라도, 특허나 IP 사건인 경우에는 뉴욕이나 시카고보다는 샌프란시스코나 실리콘밸리 오피스로 접촉을 하는 것이 낫고, 엔터테인먼트 사건인 경우에는 샌프란시스코보다는 LA 오피스로 접촉을 하는 것이 낫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소송의 경우에는, 소송의 관할지역에 위치한 오피스를 우선적으로 접촉하는 것이 타당하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위 세 방법을 다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세번째 방법(직접 수소문)의 비중을 많이 고려하는 것이 의뢰인 입장에서 나중에 후회없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로펌과 변호사를 선택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미국 로펌들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고, 각 로펌 그리고 각 분야별로 변호사 개개인에 대한 정보까지 자세히 알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미국 로펌에 대한 생리를 잘 알지 못한 상태로 처음에 접촉을 하게 되면, 앞서 말했다시피, 중요도가 낮은 사건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현지 사정을 잘 알고, 각 로펌과 분야별로 전문 변호사들에 대한 풍부한 데이터를 토대로 최적의 로펌과 변호사 선정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향후에도 미국 로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의뢰인의 의견을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고 비용을 통제하며 사건 진행을 관리해줄 수 있는, 현지의 신뢰할 만한 로컬 변호사를 잘 활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의뢰인들 중에는 이런 역할을 주로 한국의 대형로펌에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대형로펌의 높은 비용이 양쪽으로 발생한다는 점은 매우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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