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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력도시 연구소 Oct 14. 2017

오노미치 U2: 쇠락한 도시의 우아한 신호탄

매력도시 매거진 vol.02_오노미치 (1)



낡은 해변 창고로 들어서자 딴 세상이었습니다.

 

오렌지 빛 조명이 어둑한 콘크리트 창고를 부드럽게 비춥니다. 세련된 옷차림의 젊은 여성 두 사람이 책장 앞 낮은 소파에 앉아 있습니다. 느긋한 표정으로 진열된 책을 천천히 훑어보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눕니다. 따스한 공기, 나지막한 대화,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와인 글라스가 부딪히는 소리. 한적한 항구에는 2월의 비가 내리고, 창고 안으로 한걸음 들어서면 고래 뱃속처럼 아늑하고 진기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오노미치 유투(U2)'는 일본의 작은 바닷가 마을 '오노미치(尾道)'의 오래된 해변 창고를 개조한 호텔입니다. 오노미치라는 마을에 대해 말하자면, 평범하고 조용한 항구 도시입니다. 한때 해운 물류의 집산지로 번성했지만, 1960년대부터 주변의 공업 지역으로 사람과 회사가 빠져나가면서 도시는 쓸쓸한 은퇴자처럼 매력을 잃었습니다.

한때 도시가 잘 나가던 시절, 해변에 지은 창고가 있었습니다. 배로 실어온 물건을 신나게 받아내던 이 건물은 도시의 쇠퇴와 함께 용도를 잃고 버려졌습니다. 창고의 외형은 지금도 지어질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외벽에 평범한 회색 페인트를 칠하고 붉은색 글씨로 '현궁県宮 2호'라고 써두었습니다. 정직하게 생긴 콘크리트 창고입니다.

그런데 창고의 안쪽으로 한 걸음 들어선 순간,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질 좋은 물건, 맛있는 음식, 편안한 잠자리, 세련된 사람들이 감도 높은 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창고가 우아한 호텔 및 상업시설로 대변신한 것입니다. 

 

한물간 지방 소도시에 딴 세상 같은 호텔을 지은 이유가 뭘까요?




매력도시 연구소가 발행하는 <매력도시 매거진>, 우리가 찾아간 두 번째 매력도시는 일본 히로시마현의 오노미치입니다. 인구는 14만. 우리나라의 통영시 정도의 규모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뭔가 대단한 구경거리를 기대하기 힘든 평범한 도시입니다. 이런 곳에 도쿄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멋진 호텔, 오노미치 U2가 있습니다.  

실은, 매력도시 연구소가 오노미치에 간 이유도 '일본의 작은 도시에 독특하고 근사한 호텔이 있어'라고 주변 사람이 소개해준 덕분이었습니다. 정작 오노미치라는 도시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바가 없었고, 큰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노미치 U2에서 지낸 2박 3일 동안 우리가 발견한 것은 이 도시의 독특한 매력이었습니다. 쇠락해 보이던 마을에는 독특한 가게들이 숨어있는 상점가가 있었고, 언덕길을 따라 오르다가 바다가 보이는 호텔과 레스토랑을 만났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작은 섬들을 건너 다니기도 했고, 고요한 절에 들러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호텔 하나를 보러 갔다가 도시 전체의 매력을 발견하고 왔습니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한 점에 집중시키고 
신호를 보낸다.


매력도시 연구소가 오노미치 U2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멋진 호텔 하나가 오래된 마을에 세워진 것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는 오노미치 U2가 오래된 도시를 매력도시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 시도해 볼 수 있는 한 가지 좋은 방법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의 공간 하나에 매력적인 콘텐츠를 집중시켜 사람들에게 '우리 여기 있어'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오노미치 U2는 쇠락한 도시, 오노미치가 쏘아 올린 한 점의 신호탄이었습니다. 우리신호탄에 이끌려 오노미치로 갔고, 오노미치 U2에 묵으며 이 원숙한 도시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본격적인 오노미치 U2 탐방,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매력도시연구소


Reference

오노미치 유투 (U2)   +

오노미치 尾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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