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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송이 May 30. 2018

도시 2_3. 런던

3월 14일 - 워너브라더스 해리포터 스튜디오 

3월 14일

맑음.


나는 덕후였다. 

그리고 덕후라이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바로 해리포터였다. 초등학교 때 우연히 읽고 나서 책이 마르고 닳도록 읽고 또 읽었다. 해리포터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해리포터 팬카페도 가입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했었다. 


그래서 늘 꿈꿨었다. 언젠가 꼭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가야지. 

유럽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먼저 한 게 바로 해리포터 스튜디오 예약이었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다른 후기들을 보니 성수기에는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자리가 있다고 했다. 여행을 급하게 준비하던 터라 부랴부랴 일정을 봤는데 내가 영국에 있는 동안 나머지 날짜는 모두 매진되고 딱 3월 14일, 오전 11시 티켓만 남아있었다. 


보자마자 바로 결제했는데 이번엔 메일로 예약 바우처가 오지 않았다. 문의 메일을 보내도 답이 없어서 국제전화로 고객센터에 전화해 겨우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출발.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영국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있다. Euston역에서 기차를 타고 2-30분쯤 가면 Watford Junction역에 도착한다. 역에 내리면 큼지막한 표지판이 붙어 있다. 표시를 따라 역 밖으로 나가면 해리포터 스튜디오로 가는 2층 셔틀버스가 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20분쯤 가면 스튜디오에 도착.


스튜디오에 도착하면 메일로 받은 바우처를 매표소에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이 때 꼭 '해리포터 여권'을 달라고 하자. 스튜디오 주요 구역마다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잉크 스탬프가 아닌 프레스 형식이고 디자인이 예뻐서 찍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바로 입장하지 않고 일정한 인원수로 끊어서 입장을 하게 된다. 그래서 조금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리는 줄 옆에 해리포터가 살던 계단 밑 벽장이 재현돼있다. 

해리포터가 살던 벽장

입장을 하면 먼저 도슨트의 짧은 설명과 해리포터 영화 메이킹 영상을 관람한다. 사진촬영이 금지돼있어서 찍지는 못했지만 영화관처럼 관람관이 매우 아늑했다. 영상이 끝나면 스크린이 있던 벽이 올라가면서 아래의 문이 등장하는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문이 열리면 호그와트 연회장 세트로 입장하게 된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로 입장하는 사람들

스튜디오 내부에는 영화에 쓰인 소품과 세트장이 그대로 전시돼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있다. 아래는 해리포터의 기숙사인 그리핀도르 기숙사 세트장. 

그리핀도르 세트장 옆에는 이렇게 스탬프를 찍는 기계가 있다. 프레스 형식이기 때문에 틈에 종이를 끼우고 체중을 실어 손잡이를 눌러야 한다. 나도 찍고, 여기에 견학온 아이들도 스탬프를 찍으려고 모여 같이 스탬프를 찍었다. 돌아다니는 내내 이 아이들과 마주쳐서 민망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스탬프 찍는 기계와 스탬프를 찍으려고 모여 있는 아이들

해리포터 주요 등장인물들의 지팡이. 각 캐릭터의 특성에 맞게 디자인된 지팡이들로 옆에 누구의 지팡이인지 이름이 붙어 있다. 

가장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았던 스네이프의 마법약 교실. 각 유리병마다 재료와 이름이 라벨로 붙어있다. 그리고 사진에는 찍히지 않았지만 마법 항아리 안의 지팡이가 계속 움직여서 한층 더 신기했다. 

그리고 세트장 중간중간 도슨트가 이 세트가 어떤 공간인지, 어떤 장면에서 등장했는지 등을 설명해준다. 

영화에 등장한 동물 배우들. 사진은 해리포터 학교 관리인의 고양이인 노리스 부인와 헤르미온느의 고양이인 크룩생크 역을 맡은 고양이들이다.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고양이들의 실제 이름과 특징이 밑에 나와 있다. 

해리포터 세계의 스포츠 경기인 퀴디치 소품들. 유니폼, 퀴디치 공, 빗자루 등이 전시돼있었다.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에 나오는 장면을 마네킹으로 재현한 세트장. 매달려 있는 사람이 너무 진짜 시체같아서 깜짝 놀랐다. 

여기서는 사람들이 마법지팡이를 휘두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모니터의 남자를 따라 지팡이를 휘두르고 주문을 외치며 지팡이를 사용하는 법을 배운다. 

호그와트 세트장을 지나면 해리포터에 나오는 '금지된 숲'을 재현한 세트가 나온다. 진짜 숲처럼 서늘하고 흙냄새도 나고 갑자기 천장에서 거미가 내려오기도 한다. 오른쪽 사진의 버튼을 누르면 천둥, 바람 등 특수효과가 재현된다. 

숲을 지나면 호그와트로 가는 9와 3/4 승강장이 나온다.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 기차 내부도 구경할 수 있다. 

기차 내부에 들어가면 각 칸마다 영화에 나왔던 기차 내부를 재현해놨다. 한 줄로 복도를 지나가며 관람할 수 있다.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각종 소품들. 마법 지도, 마법 책, 약병 라벨 등 영화에서 필요한 소품들도 일일이 디자인해 제작했다고 한다. 너무 예쁘고 퀄리티가 좋아서 한참 구경했다. 해리포터 스튜디오 말고 런던 거리에도 해리포터 컨셉아트 전시관이 있다. 하우스 오브 미나리마 (House of MinaLima)라는 곳인데 여기도 며칠 뒤 방문했다. 

한참을 구경하고 나면 중간에 간단한 음식과 음료수를 마실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이 식당에서는 그 유명한 버터맥주를 파는데 생각보다 맛은 그냥 그랬다. 합정의 술집에서 마셨던 버터맥주가 훨씬 맛있다. 

식당 밖으로 나오면 갈 곳 없는 마법사와 마녀들이 타는 구조버스와 해리포터가 유년시절을 보낸 프라이빗 4번가 세트가 나온다. 버스가 너무 커서 옆의 집이랑 사람이 상대적으로 작아보인다. 버스를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가면 해리포터 1편에 나오는 호그와트 입학 편지가 우르르 쏟아지는 장면이 재현돼있다. 자세히 보면 이 편지 하나 하나가 천장에 얇은 실로 매달려 있다. 

다이애건 앨리 입구 앞에 전시된 온갖 마법사 모자들. 몇 가지는 사람들이 써볼 수 있게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마법사들의 쇼핑 거리인 다이애건 앨리 세트장. 책에 따르면 술집 리키 콜드런 앞마당 쓰레기통 위 왼쪽 3번째 벽돌을 두드리면 다이애건 앨리로 가는 입구가 열린다고 한다. 이 거리에 지팡이를 파는 올리밴더의 지팡이 가게, 위즐리 형제의 장난감 가게 등이 있다. 

다이애건 앨리 

위즐리 형제의 장난감 가게 앞 인형. 책에서 위즐리 형제는 호그와트를 중퇴하고 장난감 가게를 차려서 크게 성공했다고 나온다. 

다이애건 앨리를 지나면 세트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전시한 공간이 나온다. 여기는 실제 작업실을 재현한 곳.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고뇌하고 공들여서 이 세트장이 탄생했겠지, 고생한 게 눈에 보이면서도 다시 오지 않을 이런 작업을 해 본 사람들이 부러웠다.

세트를 만들기 전 크기를 축소해서 만든 호그와트 성 모형. 모형이지만 정말 정교했다. 

모형을 지나면 마지막으로 진짜 호그와트 성이 나온다. 각기 다른 조명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이 정말 웅장하고 멋있었다. 

  

해리포터 스튜디오의 마지막은 올리밴더의 지팡이 가게 내부 세트. 상자 하나 하나에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여기에는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의 이름도 있다. 이 세트를 지나면 관람이 끝나고 기념품 가게가 나온다. 


드디어 손에 넣은 해리포터 지팡이. 생각보다 다른 지팡이도 예뻐서 한참 고민하다가 처음 마음먹은대로 해리포터 지팡이를 샀다. 

해리포터 지팡이

기념품 가게에서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젤리, 개구리 초콜릿을 비롯해 다양한 상품을 판다. 사진 찍을 정신도 없이 구경하고 쇼핑하느라 사진이 별로 없다. 그래도 역시 대표적인 기념품은 지팡이인듯.

해리포터 스튜디오의 기념품.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젤리와 개구리 초콜릿.



보통 1-2시간이면 다 본다고 하는데 11시에 들어가서 3시가 다 되어서 나왔다. 숙소로 돌아오니 벌써 4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기 위해 웨스트민스터 역으로 향했다. 밤나들이 후 하루 끝. 

런던아이와 공사중인 빅 벤.

영국 여행 엽서 모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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