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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윤정 Jul 13. 2022

새는 어디서 비를 피했나

시 | 비 오는 어느 7월


새는 어디서 비를 피했나


비가 오면 걱정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는 작은 새라

나무 사이를 확인하곤 합니다

보이지 않지만 이따금씩 소리 들려오면

고개를 두어 번 끄떡하고 지나갑니다


문제는 앞이 보이지 않을 때입니다

우산을 쓴 것 같지도 않게 퍼붓는 날이면

어디로 비를 피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아기새라도 있으면 어쩌나

둥지가 축축해져 덜덜 떨면 어쩌나

우리 새도 물에 흠뻑 덮이면

기름칠*을 해도 잘 날지 못하던데

가녀린 것들이 먹이 찾느라 땅을 오래 디디면

곧 천적이 올 텐데


야생에선 소나기 몇 번이

생사를 정하는 중한 날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가끔은 우산을 나무에 걸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혹 발견하시거든 모르는 척해주세요

더운 바람이 가만히 불어올 때까지

.

.

.



*새의 몸에는 미지선(uropygial gland)이라는 기름 분비 구멍이 있는데 

그곳에서 나오는 기름을 머리나 부리에 묻혀 몸통과 날개의 깃털 곳곳에 발라 방수를 합니다.

수조류에 더욱 발달되었습니다 :)


우리 집 아가새_ 연두와 호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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