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윤정 Jul 20. 2022

투명 꽃다발


투명 꽃다발


봄꽃을 몇 개 심어

화단은 금방 화려해지고

주인은 해가 잘 드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하루 이틀 지날 때마다

성장이 남다른 꽃송이들

어떤 색인지 알 수 없던 튤립은

금세 분홍 머리숱을 내민다


그녀의 딸이 다가와 물으니

이건 왜 성큼 자라지 않지,

옆에 노란 수선화가 튤립을 가로막았네

주변이 거대하니 삐뚤어질 수밖에

그렇게 보이니 실은

오후 두 시의 뜨거운 햇볕과

매서운 바람과 언제 올지 모르는

빗방울을 막아주는 거란다

이어서 다 먹이고 자란

튤립 하나를 딸에게 쥐어주며


성인이 된 걸 축하한다

향수와 입맞춤은 받고픈

이에게 대신 받으려무나

손 안에는 옹기종기했던 흔적

흙도 묻지 않은 채 곧게 자란 튤립이 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여린 것과 그 주변을 지키는

노오란 수선화 병정들이 아른거리니


이것이 꽃다발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시인_ 장윤정 | 투명 꽃다발 22.07.20
매거진의 이전글 새는 어디서 비를 피했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