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투명 꽃다발
봄꽃을 몇 개 심어
화단은 금방 화려해지고
주인은 해가 잘 드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하루 이틀 지날 때마다
성장이 남다른 꽃송이들
어떤 색인지 알 수 없던 튤립은
금세 분홍 머리숱을 내민다
그녀의 딸이 다가와 물으니
이건 왜 성큼 자라지 않지,
옆에 노란 수선화가 튤립을 가로막았네
주변이 거대하니 삐뚤어질 수밖에
그렇게 보이니 실은
오후 두 시의 뜨거운 햇볕과
매서운 바람과 언제 올지 모르는
빗방울을 막아주는 거란다
이어서 다 먹이고 자란
튤립 하나를 딸에게 쥐어주며
성인이 된 걸 축하한다
향수와 입맞춤은 받고픈
이에게 대신 받으려무나
손 안에는 옹기종기했던 흔적
흙도 묻지 않은 채 곧게 자란 튤립이 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여린 것과 그 주변을 지키는
노오란 수선화 병정들이 아른거리니
이것이 꽃다발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