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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윤정 Jul 21. 2022

불장난

시 | 산에두 바다가 있었음 좋겠어


불장난


바다 인근 한 시골 초가집서

작은 전쟁이 일었다

안 방에 고이 누워 자는

한 살 베기 동생을 두고 벌어진 형제의 난

저가 먼저 피워보겠다고

아궁이 속 장작을 앞다투다

그만 불씨가 옮겨 붙고 만 것이다


초가집 옆엔 초가집

그 옆에도 초가집 초가집

초갓집 마을로 이뤄진 산덩이가

금세 벌겋게 일렁인다

아랫마을서 고구마 감자 캐던 부모

쑥덕이는 소리에 허리 펴고

그제야 붉은 파도를 바라본다


곡괭이 집어던져 버선발로 도착한 집엔

이미 축축한 회색 수증기 가득

어딘가 또 옮겨 붙는 작은 불씨가 얄밉다

온 동네 사람들 너나없이 물 퍼담아 나르고

하루 넘게 엉덩이 붙이질 못 했다

네 집이 내 집이고 내 집이 네 집이지

무사하면 되었다는 이웃네들

두 꼬맹이 잿빛 얼굴로 잔뜩 얼어있고

한 살 베기 여동생 큰 집 장손에 맡겨

응앙 울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데 왜 손을 못 썼을고

어항도 삼삼히 수초가 있는데 산에두

바다가 있었음 좋겠단 어르신 혼잣말에

그날 아이는 꿈을 꾸었다

물고기가 산속을 산책하고 있었다고

정말 저 바다에서 초록빛 심해를 봤다고

아야, 언능 일어나 이불 걷고 소금 받아오니라

 키만큼 만니 만니. 마른 바다 담뿍 담아서




사진 출처 | YouTube’ MulMung _ 나무 숲을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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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_ 장윤정 | 불장난 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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