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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윤정 Jul 27. 2022

다슬기 사냥

시 | 다 커버린 아이들은 종종 이렇게 사냥을 한다


다슬기 사냥


아이들은 역할이 나뉜다

너희는 고둥을 잡아

우리는 물고기를 잡을게


고둥 팀 엉덩이 냇가에 묻고

고개 숙여 수경 채집통 들여다본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어려워

작은 돌인지 고둥인지

더운 날 바위 안 쪽 음지에 착 달라붙어있는

미끌 비릿한 게 통에 까맣게 쌓이면

그제야 허리 펴고 물고기 팀 볼 수 있다


얼마나 잡았어어-

그물 펴는 이에겐 닿지 않는다

집중하는 힘 대단하니 반대편 입술 돌려보자

쇠망치로 바위 치는 아이는 고기가

얼마나 기절했는지 세아리느라 정신이 없다


에잇 고둥이나 더 잡자

다듬고 빼내는 게 더 오래 드니

한 입 요깃거리라두 안 되지만 넷이서

도란도란 까면 곰방 한 그릇 채운다


동생은 들깨 고둥탕 끓이러 가고

살도 별로 없는 백 마리지만

가시고기 내장 발라 튀김옷을 입히자

남는 것은 고춧가루 넣고 시원하게

매워 보이는 탕을 끓이자

실지로 이건 맛이 있다 맛이 있어


다 커버린 아이들은 종종 이렇게 사냥을 한다

짭짤한 고둥 맛 고소한 고기 튀김과

입맛대로 끓인 매운탕 추억을 먹는 것이다

그때만 되면 없던 힘도 솟아나 모두 분주해지는 것이다


어미아비 보고 있나요 

우린 이리 잘 지냅니다



@시인_ 장윤정 | 다슬기 사냥 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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