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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눈경영 Jun 19. 2023

지사장 되면 좋아요?

외국계 지사장의 명과 암

예전에 기업에서 임원이 되면 40가지가 바뀌었다고 한다. 자동차, 골프 회원권, 비서, 집무실, 헬스 회원권 등등. 지금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별을 단다”는 표현이 쓰이고 있을 정도로 직장인들의 궁극적 목표임은 분명하다. 한편 외국계에서는 최 정상의 위치가 지사장이다. “사장님”, “대표님”으로 불리고 국내에서 전권을 휘두르는 등 멋져 보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물론 좋은 점도 많지만 동전의 양면이 분명히 있다.


좋은 점

우선, 당장 연봉이 올라간다. 특히 처음 지사장이 되는 경우에는 비교적 높은 연봉 상승이 예상된다. 회사 규모 등 조건이 유사한 지사 간 이동의 경우에도 통상 20% 정도의 인상을 norm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통계에 의하면 2/3가 2억 이상이라고 하니, 기업체 임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사들 중에서도 규모의 차이가 크다 보니 당연히 대형지사일수록 임금 수준이 올라간다. 물론 지사장도 임원들과 마찬가지로 성과급의 비중이 크다 보니 정확한 비교는 쉽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pay를 받게 된다. 외국계 지사장 연봉 통계는 PersolKellyRobertWalters에서 제공해 준다.


두 번째는 사회적 지위이다. 지사는 법인이고, 대부분 법인의 대표를 맡게 되므로 “대표이사”, “대표”, “사장”등의 호칭을 부여받게 된다. “체통”이 중요한 한국에서는 더욱 무게를 가지게 되는 측면이다. 최소 규모만 넘어서는 지사라면 멋진 사무실, 좋은 차와 기사, 비서 등이 따라오게 된다.  


세 번째는 권한이다. 한국 기업의 CEO들은 오너나 이사회, 지주회사의 간섭에 시달리는 데에 반해 지사장들은 보통 Region VP나 Global Head of Sales에게 보고하는데, 회사에 따라 거의 간섭이 없는 경우도 빈번하다. 미국계열이 관리가 tight 한 편이고 유럽계열은 실적만 맞추고 Compliance이슈만 없다면 최대한 자율권을 주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지사장들이 자신만의 “왕국”을 구축하고 전권을 휘두를 수 있게 된다. 또한 심리학에서 본인이 통제권을 갖고 있다는 생각 자체가 행복지수를 높여준다고 하니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일 것이다.


네 번째는 “정치”로부터의 자유로움이다. 대부분의 기업체들 내부에서는 정치가 끊이지 않는다. 실적을 부풀려서 보고하고 실수는 최대한 덮거나 남 탓하고, 일 떨어지면 타 부서에게 떠 넘기고, 경쟁자는 뒤에서 까대고.. 상사나 힘 있는 부서에게는 최대한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부서별로 고유 역할이 있으면 이를 최대한 권리로 만들어서 힘을 과시하려 하고.. 나열하면 끝이 없다. 반면 지사장은 상사가 한 명이고 유관부서라고 해봐야 해외에 생산이나 물류 등이라 업무적으로 협의만 하면 되고 정치를 할 일이 없다. 물론 지사장 산하 직원들 사이에서는 정치가 있겠지만 지사장은 이를 보고 교통정리해 주면 되기 때문에, 본인이 정치를 싫어하는 스타일이고 성과에 집중하고 싶으면 지사장은 이를 보장해 준다.


안 좋은 점

세상은 공평한 법, 지사장의 장점만큼 단점도 많다.

가장 큰 측면은 실적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이다. 생산법인이나 R&D 센터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지사들 대부분은 Commercial Role이라고 부르는 영업, 즉 숫자 달성이 핵심 미션이다. 2018년 금융위기나 2020년 COVID-19 같은 천지개벽에 가까운 일이 있어도 웬만하면 타깃은 “성장”으로 잡는다. 정확히 말하면 “잡힌다”. 대부분 매출 (흔히 Top Line이라고 부른다)을 가장 우선시하지만 회사에 따라서 이익 (Bottom Line)이나 운전자본 등을 추가로 목표로 잡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실적을 한번 정도 미달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판단되면 넘어가지만, 역량의 부족이 원인이 되거나 미달이 계속되면 교체된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실적에 대한 부담은 연단위가 아니라 월/분기 단위로 상당하게 다가오게 된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심리적으로 무너지게 된다.


두 번째 단점은 수명이다.  미국계 지사장의 임기는 대략 3년, 유럽계는 5-6년 정도로 본다고 한다. 물론 이는 중간에 해고되지 않았을 경우이다. 이렇게 임기를 두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사장이 본사 오퍼레이션에 상대적으로 긴밀히 연동되어 돌아가는 기업들의 경우, 커리어 발전 측면에서 3년 이상 한 포지션에 머무르는 것을 정체로 간주하고,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시각이 분명히 있고, 지사장들도 같은 생각으로 더 확대된 역할을 찾아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은퇴까지 지사장을 유지하는 경우도 많은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등 상당한 실적을 보여준 경우, 본사에서 신경을 덜 쓰는 기업문화의 경우에 해당된다.


세 번째는 법적 리스크이다. 엄연한 법인의 대표이기 때문에 크고 작은 법적 책임을 질 수가 있다. 물론 변호사 비용과 벌금은 대부분 회사에서 지원해 주겠지만 무죄로 판결되지 않는 한 기록에 남게 된다. 예를 들어, 지사가 실수로 화학물 신고를 누락하면, 대표이사에게 법적 책임을 물게 되어 있다. 이러한 경우에 대비한 보험 상품도 존재한다. "임원책임보상보험" 등의 이름으로 주요 보험사에서 판매하며, 감당하기 어려운 벌금 등에 대해 커버해 주는 상품들이다. 참고로, 지사장은 한국인이지만 법인의 대표는 외국인이 등록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한 가지 이유는, 한국의 법률이 대표이사에게 혹독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이를 경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써놓고 보니 장단점이 균형 있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연히 장점이 더 많다. 지사장이 되는 순간, 글자 그대로 General Manager, 즉, 전문가가 아닌, 전문 경영인이 되는 것이다. 재무가 되었던 영업이 되었던 한 Function에서 정점을 찍는 것과 전문 경영인이 되는 것은 아주 다른 차원이 이야기이다. 특히 한국의 지사장들을 바라보는 외국계 기업 본사의 기대 수준과 현실 간의 갭이 있기 때문에 한번 지사장이 되고 능력을 증명하게 되면 제법 강한 수요에 직면하게 된다. 쉽게 말해 오라는 곳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나아가, 지사에서 지사로의 이동뿐 아니라, 지사장에서 대기업 고위임원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의지+능력+자신감의 3박자를 가진 분이라면 분명 도전해 볼 만한 영역이라고 확신한다.




#지사장 #외국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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